근무기강 이완 땐 민생치안 구멍… "공권력의 사명감 부족" 시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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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찰대 출신이 경정(서울 소재 경찰서의 과장) 이상 중견 간부직에 대거 진출하면서 경찰 문화가 변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14일 "경찰대 출신들이 조직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이들의 엘리트주의와 결속력이 독특한 경찰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검찰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그룹이 이들이다. 경찰은 경찰청 수사권조정팀.혁신기획단 등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정치권 로비를 시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찰 변화엔 인터넷도 한몫했다. 경찰은 정부기관 중 가장 먼저 네트워크화가 시작된 곳이다.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조직이 크게 투명해졌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과장은 "'우리 경찰서는 이런데 다른 서는 저렇더라'는 불만이 금방 퍼지기 때문에 서장도 자기 마음대로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폴네티앙'등 경찰들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도 수십 개에 달해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도기적 혼란상에 우려도=경찰 변화에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경찰도 군대처럼 계급사회인데 개인의 목소리만 내세우다 보면 근무기강이 이완되고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지난 연말 지휘부 공백 사태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경무관은 "수사권 조정이나 근속 승진 등 현안이 매듭지어지기 전까지 이런 혼란스러운 양상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상부의 지시가 하위직에 통하지 않고 있다. 하위직은 근속 승진 확대가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지휘부에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어 간부와 하위직 간의 균열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경찰 지휘부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무궁화클럽'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무궁화클럽 측은 당시 최광식 경찰청장 직무대리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영(令)이 안 서는 것이다.

관동대 이영남(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하위직 경찰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수뇌부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사명감이 부족한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며 "민생치안에 소홀해지면서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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