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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황제소환’ 윤갑근 “조직에 쓸모가 없다고 하면 가야지…”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 정부 들어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진행하며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시작됐다. 이러한 가운데 ‘우병우 황제소환’ 등 논란으로 ‘문책성 인사’를 당한 윤갑근(53·사법연수원 19기) 대구고검장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 고검장은 12일 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검찰 조직상 문책이다. 이에 윤 고검장은 “더 이상 조직에 쓸모가 없다고 하면 가야지 별수 있겠느냐”며 조직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고검장은 인사에 ‘불복’하고 곧바로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을 당시 윤갑근 대구고검장. 전민규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을 당시 윤갑근 대구고검장. 전민규 기자

윤갑근 고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핵심 타깃으로 꼽힌다. 법률적으로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윤 고검장 지난해 8월부터 우병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등을 조사하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하지만 수사 초기 우 전 수석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수사로 ‘직무유기’ 의혹을 받았다.

특히 수사 선상에 오른 우 전 수석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법무부 간부들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묵살했다. 이는 수사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사실상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으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실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 통화내역을 조회해, 그가 지난해 7~10월 검찰·법무부 관계자 등과 2000여 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한 매체를 통해 “통화내역 조회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검찰이 곧 수사할 내용이어서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 고검장은 또한 ‘직권남용’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우병우 황제소환’논란을 일으킨 장본인 이다. 지난해 11월 소환된 우 전 수석이 조사 도중 후배 검사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띤 모습이 포착되면서 ‘황제소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고검장은 황제소환 비판과 함께 부실 수사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넉 달 만에 기소도 못하고 팀을 해산했다.

윤 고검장의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 당사자가 조직만을 탓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나라를 이꼴로 만든 장본인들이 어떻게 이같은 발언을 하나(inme****)”며 질책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비겁하다. 자신이 직업윤리가 부족한 것은 되돌아보지 않고 ‘조직’을 위해 일했다는 변명과 자기 합리화라니(ches****)”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9시 36분 사전 공지 없이 이례적으로 전격적으로 인사 내용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했다”며 ‘문책성’ 인사임을 분명히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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