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사쿠라 발언' 놓고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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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사쿠라 정당’ 발언에 발끈했다. 갈등의 발단은 6일 정 원내대표가 당 인사청문회대책회의에서 한 발언이었다. 당시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이낙연 총리 인준안 처리때 여당 손을 들어준 것을 겨냥해 “야당이 부적격 인물을 정략적 발상에서 혹은 특정지역의 민심 눈치를 보며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하는 모 정당은 지금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정우택 "국민의당은 정체성이 모호한 여당 2중대" #박주선 "오만불손한 자유한국당 아직 꿈에서 못 깨"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인사청문회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인사청문회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 상왕으로 불리던 분(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은 요즘 갑자기 새 정부에게 무슨 책을 잡혔는지 자고 나면 청문회 관련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당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야당이고 정체성이 모호한 여당 2중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제가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에 대해 사쿠라 정당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처럼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국엔 그런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금도를 넘는, 협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결례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독단적ㆍ주관적 기준으로 나를 따르라는 오만불손한 자유한국당은 기득권 거대양당체제 하의 여당이었던 꿈에서 아직도 깨지 못하고 있고, 여당시절 저질렀던 행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전혀 없이 기득권정당으로서의 구태정치를 반복하겠다는 주장으로 밖에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격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오른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오른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박 위원장은 “앞으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거리낌없이 협조하는 준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선도자 역할을 맡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해서 박수치는 것을 민주당의 2중대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며 “민주당의 2중대, 한국당의 2중대가 아니라 국민의 2중대가 돼서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지적하는 게 제 3당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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