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반복되는 인사난맥, 발상전환 절실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7.06.06 20:29

업데이트 2017.06.0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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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인사에 발목 잡혀 표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기정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임명 12일 만에 경질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에다 거짓말 논란까지 겹쳐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렇게 인사 잡음이 이어지면서 한시가 급한 핵심 장관직 인선도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알려진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목돼 온 김상곤 전 교육감의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여성 비하 내용이 담긴 저서로 물의를 빚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거취도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인사 난맥상이 가열되면 국정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지도 모른다. 인사 방식에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추천·검증 명확히 분리하고
검증 기능·인력 보강이 시급
야당, 정책 검증도 확실하게

인사가 꼬이는 핵심 원인으로 '단수 검증'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청와대의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공직 후보자 한 명의 이름을 민정수석실에 보내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인사권자의 의향을 아는 민정수석실 참모들로선 검증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기 힘들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파격적 인사'를 좋아하는 취향도 낙점된 후보를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 인사 추천과 검증 권한을 명확히 분리해 대통령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 했다. 인사수석이 올린 추천안과 민정수석이 올린 검증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심의를 거쳐 합의하는 방식이었다. 또 중앙 정치권에 빚진 게 없는 지역 시민운동가 정찬용씨를 인사수석에 발탁해 전권을 줬다. 이러면 밀실인사나 추천인사가 끼어들 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방식을 되살린다면 인사 난맥상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검증 책임을 맡은 민정수석실이 집권 한 달째 완비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조국 민정수석부터 감찰이나 수사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인 데다 실무 지휘자인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달 17일에야 임명됐다. 또 실무진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관료들이란 이유로 검증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10여 명만으로 검증을 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속히 인력을 보강해 검증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바로 집권한 탓에 어려움이 큰 걸 모르는 바 아니나,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만은 철저해야 마땅하다. 특히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도덕성을 내세우는 정부라면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자질 검증엔 철저하되 불필요한 흠집 잡기는 지양해야 한다. 야당이 위장전입 같은 후보자의 개인적 흠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책 능력 검증은 실종되는 구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궐위가 반년 넘게 이어지다 겨우 새 정부가 출범했다. 여야가 참된 협치의 정신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이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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