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들의 소녀시대 ‘용순’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용순’ 리뷰


'용순'

'용순'

감독●각본 신준 출연 이수경, 최덕문, 박근록, 김동영, 장햇살, 최여진 프로듀서 김지혜 촬영 권영일 조명 권준령 미술 한지선 편집 박민선 음악 김동욱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4분 등급 15세 관람가

★★★★
시골 고등학교 육상선수인 용순(이수경)은 체육선생(박근록)과 남몰래 사귀는 사이다. 중요한 대회를 앞둔 어느 날, 그는 연인에게 딴 여자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갑자기 몽골인 새엄마(얀츠카)를 데려와 신혼 재미에 깨를 볶는 아빠(최덕문)까지 모든 것이 용순의 신경을 긁는다.

‘용순’은 사랑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순’연한 영화다. 첫사랑에 눈뜬다는 건, 자신의 사랑에 맹목적으로 빠져 (바닥을 쳐) 보고 근육이 찢어지듯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일. 사실 이런 종류의 성장은 바람처럼 알 듯 말 듯 다가와, 세월에 부대끼며 잊히고 마는 어슴푸레한 기억 같은 것 아닌가. ‘용순’은 그 순간을 부여잡고 3인칭으로 써내려가는 사춘기의 일기장처럼 아주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신인감독의 첫 장편이라는 게 놀라울 만큼의 섬세한 내공이다.

'용순'

'용순'

'용순'

'용순'

용순의 어릴 적 상처를 끄집어내는 방식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영화는 암 투병 중 첫사랑과 집을 나간 친엄마(이은우)에 대한 용순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죽기 전 엄마가 자신을 보고 싶어했다는 말에 “그럴 리가요” 당돌하게 대답했던 어린 용순은 열여덟 살이 된 여태도 그렇게 떠나간 엄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무뚝뚝한 아빠와는 줄곧 냉전 상태다. 어떤 이해가 싹트는 건, 용순이 첫사랑에 아파보고 나서부터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와 세상을 잇는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픈 게 아니란 걸 알면서 크는 것. 바로 ‘용순’이 들려주는 성장의 정의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도 이 영화의 매력을 견인하는 일등공신. 주연배우 이수경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쀼루퉁한 입술까지, 할 말 다 하는 용순의 대찬 매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조건 용순 편인 친구 문희 역의 장햇살, 용순을 좋아하는 마음을 절절한 시로 토해내는 ‘빡큐’ 역의 김동영도 저마다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다. 빡큐가 울면서 써내려간 시들을 보고 안 웃고는 못 배길 것. 특히 ‘너는 나에게 철이다’로 시작되는 시는 압권이다.

'용순'

'용순'

'용순'

'용순'

실제 몽골 출신 얀츠카와 중견 배우 최덕문의 안정감 있는 부부 연기는 가족사에 얽힌 용순의 상처를 조심스레 봉합하는 과정에서 중심 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충청도 시골의 숲과 강과 바람으로 새겨낸 첫사랑의 이미지는 매 순간이 싱그럽다. 운동장 창고에 그려진 노란색 리본 벽화, 용순의 스톱워치에 남겨진 숫자 416 등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은 열여덟 살 용순과 동갑내기 단원고 학생들이 영영 갖지 못한 사춘기의 나날들을 되새기게 한다. ‘우리들’(2016, 윤가은 감독)을 만든  영화사 ‘아토(ATO)’가 제작했다.

'용순'

'용순'

TIP. ‘특별시민’(4월 26일 개봉, 박인제 감독)의 서울시장 딸, ‘차이나타운’(2015)의 분홍머리 쏭 등 짧고 굵은 조연을 도맡은 배우 이수경의 재발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