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후진국의 경우는 거꾸로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많은 후진국에서는 흡연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가 이런 국가에 필요한 금연 정책을 조언했다. 이 매체는 "이 정책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많은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연가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는 담뱃세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담배 등으로 인한 질병과 생산성 손실 비용은 연간 약 1조4000억 달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에 이른다. 이 중 40%가량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담뱃세로) 정부가 금연을 유도하면서 유용한 현금을 벌어들일 때"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담뱃세를 2012년 대비 4배로 인상했다. 전체 담배 브랜드의 3분의 2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 그랬더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입은 2배로 늘었고, 성인 흡연율은 30%에서 25%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터키, 우루과이를 포함한 더 많은 나라에서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담뱃세를 부과할 때 중요한 건 “가혹한 세금, 예측 가능한 세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담뱃세는 가장 잘 팔리는 담배 브랜드 소매가의 75% 이상이 돼야 하고, 물가·수입 증감과 연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예측 가능성 있는 세금은 정부의 감시와 세입 예측을 용이하게 한다”고 전했다.
높은 세율이 암시장을 형성하고 밀거래를 초래하지 않을까. 이코노미스트는 “단속을 강화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 예로 브라질, 필리핀, 터키 등에서 시행하는 ‘납세필 인지(印紙)’ 정책과 케냐의 담배 트럭 위치추적 장치 등을 소개했다. 조작이 어려운 인지로 납세 여부를 확인하고, 담배가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지 않도록 감시하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매체는 또 세계은행(WB) 등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며 “불법 판매되는 담배의 비율은 10~15% 정도다. 가난한 국가일수록 세금 회피는 심하겠지만, 잘만 관리하면 흡연은 억제되고 세입은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추가적인 제도 시행에 따르는 비용 우려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담뱃세 수입은 1년에 약 2700억 달러이지만 금연 정책 시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10억 달러 미만”이라고 일축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