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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비정규직 필요한 상황도 고려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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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동연

김동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 흐름과는 다소 다른 의견을 냈다.

인사청문회 자료서 경제정책 틀 밝혀 #“집값 과열·위축 없게 맞춤형 대응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시행 #법인세 인상 대신 비과세 줄일 것”

김 후보자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고, 해당 업무의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산·육아 등 휴직근로자 대체, 전문직 프리랜서 등의 경우 유연한 근로 형태가 필요하고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들썩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정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넘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0.45% 상승해 4월(0.28%)보다 오름폭이 0.17%포인트 확대됐다. 김 후보자도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대선 기간의 관망세가 끝난 뒤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마포, 용산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을 포함해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지역별 상황에 따라 규제 및 지원 수준을 달리하는 탄력적·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 집값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어서다. 게다가 가계대출 증가세도 진정시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가계부채 해결을 공약했다. 최근 문 대통령은 8월까지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하기도 했다. 5일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상세 보고가 있었다”고 브리핑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LTV·DTI는 2014년 8월 최경환 전 부총리 취임 이후 각각 70%와 60%로 완화됐다. 이전에는 서울·수도권 기준 LTV는 50~60%, DTI는 50%였다. 부동산 경기를 지펴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였는데 경기 회복에는 기여했으나 가계부채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봐가면서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여부에 대해 김 후보자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이라며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단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시행을 2020년으로 2년 더 늦추자고 주장하면서 해묵은 종교인 과세가 이번에도 좌절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증세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장 세율을 인상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김 후보자는 “세율 인상보다 자본이득 및 금융소득을 포함한 고소득·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정비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세율 인상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한 법인세의 실효세율 인상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며 “명목세율 인상은 재원 조달의 필요성, 기업의 실효 세 부담, 국제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필요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7일 열린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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