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상륙작전 상징 '문산호'…1년6개월째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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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설치된 상륙함 문산호 실물 모형. [사진 경북도]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설치된 상륙함 문산호 실물 모형. [사진 경북도]

1950년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던 상륙함 문산호의 복원 사업이 1년6개월째 표류 중이다. 공정률 80%를 넘기고도 안전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해 준공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공사지연비와 공사대급 미지급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시공사가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문산호 실물 모형, 안전 문제 감사서 지적 #지자체-시공사 소송전 겹치며 준공 미뤄져

7번 국도를 따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로 가다 보면 해변에 거대한 회색 선박 한 척이 보인다. 6·25 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던 2000t급 상륙함(LST) 문산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다. 길이 90m, 높이 26m, 폭 30m 규모다. 겉만 봐서는 공사가 마무리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복원 작업은 멈춘 상태다. 태풍과 파도로 인한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준공 검사조차 하지 못한 탓이다.

이 사업은 2012년 12월 착공해 2015년 5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내부에 장사상륙작전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전시품들도 배치했다. 국비 140억원을 포함해 모두 324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하지만 2015년 경북도 감사에서 배 뒤쪽 내부 구조물이 휘는 등 안전 결함이 발견됐다. 태풍과 파도를 견디지 못해 구조물이 휘어졌다. 북동쪽에서 몰려오는 바람과 파도를 막을 시설이 없던 게 이유였다.

시공 당시 문산호를 바다 위에 설치하려고 물 속에 하부 지지 시설을 만들어 선체를 고정했기 때문에 육지로 배를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다. 북쪽에 수중 방파제를 짓기 위해서는 다시 1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영덕군은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영덕군 관계자는 "용역에서 보강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 상태에서 시공하기 어려워 다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가 용역에서 대책이 나오면 이를 검토해 해결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덕군과 시공업체 사이의 소송 문제도 준공이 늦어지는 원인이다. 군은 애초 준공 기한인 2015년 1월을 넘기면서 지연배상금 60억원을 시공사에 부과했다. 시공사가 배상금을 내지 않아 지난해 9월 10억원을 우선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공사는 이에 맞서 공사대금 중 미지급금 2억원을 먼저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장사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4일 오전 4시30분에 개시됐다. 서해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이끈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기 하루 전이다. 북한군에 밀리던 유엔군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북한 주력부대의 시선을 동해안으로 돌리기 위해 학도병 등 급조한 유격대로 상륙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문산호가 침몰하고 1주일 전투에서 전사자 139명, 부상자 92명을 내는 큰 희생을 치렀다.

영덕=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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