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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와대는] 광흥창팀ㆍ86그룹 전직 의원들이 '미드필드' 장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임명장은 받지 않았지만 비서관 내정자들은 현재 청와대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대통령 주변 비서실엔 '광흥창팀' 핵심 기용 #정무라인엔 '전직 의원' 파격 인선으로 무게감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 대거 '화려한 귀환' #'청와대 소통'에는 네이버ㆍ다음 출신 포진

청와대 안팎에선 이들을 ‘비서관격’으로 부른다. 사실상 청와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동력이 바로 이들 비서관이다.

축구로 치면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 능력 등을 요구로 하는 미드필더에 해당한다.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 9비서관, 정책실장 직속 2비서관, 8수석실 산하 30비서관 등 41비서관 가운데 절반 이상의 인선이 완료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①비서실엔 ‘광흥창팀’ 포진

문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과 한 건물을 쓰는 비서실장 산하 부속비서관·연설비서관·국정상황실장 등에 측근을 내정했다.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내정자 등이다.

송 내정자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출신으로 대선 기간 내내 문 대통령의 동선을 책임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과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다.

시인 출신인 신 내정자는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써왔다.

윤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19대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이광재 전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에게 국정상황실장을 맡겼듯 문 대통령도 측근을 내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내정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내정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들 모두 지난해 10월부터 문 대통령의 대선 준비를 위해 가동됐던 실무팀 일원이다. 당시 여의도와 가까운 마포 광흥창에 사무실을 둬서 ‘광흥창팀’으로도 불렸다.

문 대통령의 각종 선거 행사를 기획했던 탁현민 전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대통령의 국내·외 의전을 책임지는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다.

탁 전 교수는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네팔트레킹에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동행했다. 2011년 대선을 앞두고 양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출간을 기획했을 때 탁 전 교수가 후속 북콘서트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정치 데뷔를 알렸다.

②86그룹 전직 의원 전성시대

문 대통령은 전직 국회의원 출신을 비서관에 배치하는 파격인사도 했다.

 청와대에선 통상 비서실장이 장관급, 수석은 차관급, 비서관은 부처 1급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초선이라 하더라 전직 의원들은 차관급인 수석 등에 발탁돼왔다.

 현재 문 대통령 청와대에서 의원 출신 비서관 내정자만 4명이다.

전병헌 정무수석실 산하 정무라인이 대표적이다. 한병도(17대) 전 의원이 정무비서관, 진성준(19대) 전 의원이 정무기획비서관에 내정됐다. 전 수석 자신도 17·18·19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정무라인의 경우 문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 하고 있는 만큼 전직 의원 출신을 기용해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가다.

비서관들 가운데서 선임 역할을 하는 민정비서관에는 백원우 전 의원이 발탁됐다. 백 비서관은 17·18대 재선 의원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초대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도 19대 의원이었다. 경선에선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지만 문 대통령이 탕평 인사 차원에서 발탁했다.

발탁된 자리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개혁성향의 운동권 출신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그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병도(원광대 86학번) 정무비서관 내정자와 진성준(전북대 85학번) 정무기획비서관 내정자는 각각 원광대 총학생회장과 전북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고려대 85학번인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출신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83학번으로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진학했지만 학생운동을 하다 중퇴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비서관으로 급을 낮춰 이들을 기용했지만 집권 경험 등을 공유하게 하려는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말한다.

비서실을 총괄하는 16·17대 의원 출신의 임종석(한양대 86학번) 비서실장이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대표적 86그룹 인사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 청와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장관지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장관지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③노무현 정부 출신의 귀환

10년 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있었던 인사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정책실이 부활하면서 정책실장 직속으로 마련된 정책기획비서관에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내정됐다. 정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팀 행정관을 시작으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 대변인, 정무비서관을 두루 지냈다. 민주당 선대위에선 정책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일자리수석실 산하 고용노동비서관에 내정된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빈부격차ㆍ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부 행정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관으로 발탁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출신인 민정수석실 산하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은 노무현 정부때 국정상황실에 행정관으로 파견을 나왔다.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비서관에 내정된 김우호 인사혁신처 인재개발국장도 노무현 정부때 인사수석실 행정관 경험이 있다. 관가에서 노무현 정부 때 파견갔던 공무원들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내정자 [중앙포토]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내정자 [중앙포토]

김종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청와대]

김종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청와대]

④국민소통 수석은 네이버, 비서관은 다음 출신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으로는 정혜승 카카오톡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정 부사장은 2008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로 옮겨 대외 협력등을 담당했고 2014년 다음과 카카오톡이 합병된 이후 정책파트장을 거쳐 지난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이 청와대에 입성하면 네이버 부사장 출신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함께 국내 대표적 포털 출신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언론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윤 수석도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홍보기획비서관으로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최우규 전 민주당 선대위 공보특보가 내정됐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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