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 품에 돌아온 서울광장…광화문광장도 고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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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천막이 걷힌 서울광장엔 활기가 넘쳤다. 유치원생들은 잔디에 앉아 재롱을 떨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천막이 있던 공간에는 잔디심기 작업이 한창이다.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세웠던 불법 천막과 텐트 41개가 사라진 어제의 풍경이다. 다음 달 말이면 온전한 푸른 광장이 시민의 품에 안기게 된다.

서울시가 보수단체의 ‘태극기 천막’을 강제 철거한 것은 당연한 책무 이행이다. 서울시는 올 1월 21일 보수단체가 광장을 무단점거하자 22차례나 자진 철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행되지 않자 결국 물리력을 동원했다. 129일 만에 행정력으로 광장을 되찾은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서울광장에서 900m 떨어진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주목한다. 세월호가 인양돼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조사가 진행 중이고,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천막을 철거하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에는 3년 전 설치된 천막 14개가 있다. 11개는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정자치부의 요청으로 서울시가 세웠고, 3개는 유가족들의 불법 천막이다. 세월호와 상관 없는 전국금속노조와 진보단체의 불법 텐트 등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들 시설물을 방관해 왔다. 태극기 천막엔 냉정하게 대처하면서 세월호 천막은 용인해 이중 잣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다가 어제서야 태극기 천막 강제 철거를 계기로 광화문광장의 불법 천막 문제도 유가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월호 재수사 등이 완료될 때까지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새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가족들이 그리 원한다는 게 이유다.

물론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추모공간은 ‘단원고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에 조성한 것처럼 제3의 장소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천막 문제를 대승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서울시도 마음을 다해 협의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두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의 시대로 나갈 수 있다. 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