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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8)]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생 이모작 전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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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보·기술·지식 업그레이드하고 협업능력 키워야... 평생직장보다 평생직업 추구를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글로벌 노동력의 감소와 탈(脫)시장경제의 도래’라는 부제와 함께 [노동의 종말] 초판을 내놓은 때는 1995년이었다. 당시 세계 경제는 정보혁명이 표면화되기 전이었다. 인터넷은 걸음마를 했고 인류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상상조차 못하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종말이 온다’는 리프킨의 주장은 미래학자의 상상력으로 치부될 만 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의 예측대로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른 속도로 사람을 일터에서 내몰고 있다. 그 대상에는 화이트·블루 칼라 구분이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개막하면서 일자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의 약 65%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 일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3D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들이 몰고 올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WEF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기술이 새롭게 만들어낼 일자리는 210만 개로 내다봤다. 현재 일자리 가운데 500만 개가 사라진다는 관측이다. 사라지는 710만 개 일자리 대부분은 사무직 및 관리직이며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3년 안에 500만 개 일자리 사라져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는 데이터분석가와 전문화된 세일즈 부문으로 예측됐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증가하고 맞춤형 소품종 다량 제품시대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해서다. 에너지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정보산업도 유망하다. 재무관리, 매니지먼트, 컴퓨터·수학, 건설공학 분야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변화는 인생 이모작을 위해 재취업을 희망하는 세대가 놓치지 말아야 포인트다. 퇴직 후 30년을 살아가야 하는데 시장에서 수요도 없는 분야에 에너지를 낭비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후 변화를 내다보면서 인생 이모작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는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내 대표 직업 195개에 대해 10년(2016~25년)을 내다본 ‘2017 한국직업전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직업별 고용전망을 보면 향후 직업세계에서 나타날 ‘7대 변화 트렌드’를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술직의 고용증가, 4차 산업혁명으로 핵심인재 중심의 인력재편 가속화, 기계화·자동화로 대체가능한 직업의 고용감소,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의료·복지 직업의 고용 증가, 경제성장과 글로벌화에 따른 사업서비스 전문직의 고용증가, 안전의식 강화로 안전 관련 직종의 고용증가, ICT 융합에 따른 직업역량 변화다.

이런 추세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직의 고용 증가가 눈에 띈다.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네트워크시스템 개발자, 보안전문가,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등이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 신산업 관련 기술·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 많다.

반면 기계화·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직업의 일자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주조·단조·판금 관련 일자리는 산업용 로봇이나 3D 프린팅 기술 확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인터넷전문은행 등의 발전으로 단순 사무원(텔러)과 증권 및 외환 딜러 등은 고용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저출산도 직업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의료·복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간병인 등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부인과 의사는 저출산, 영상의학과 의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교사와 대학교수는 저출산 및 학령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해 끊임없이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둘째, 멀티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만으로는 새로운 산업환경에 순응할 수 없다. 아날로그 방식대로 일했다면 기술변화에 따라 도입된 디지털 방식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문서로 일했다면 컴퓨터 화면을 보고 일하는 단계를 거쳐 이제는 모바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평생학습에 순응해야 한다. 과거에 배운 지식의 유통기한은 불과 한 달도 못 가고 폐기처분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넷째,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산업 환경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파도가 계속 들이치면서 앞 파도가 부서지듯 디지털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수록 고정불변의 지식이나 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 기술이 가져오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고 상식마저도 쉽게 바뀌는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다섯째, 출신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형성해 힘을 모아야 성과를 내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지식정보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게 된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언제라도 다른 분야와 협업하고 융합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역동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현역과 은퇴 구분 없어질 수도

앞으로는 직무와 성과를 중시하고 이에 따라 연봉도 달라지는 개별 고용관계가 보편화하는 시대가 온다는 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능만 갖고 있으면 나이와 관계없이 국경을 초월해 인재를 발굴하고 모셔가는 시대가 열리면서다. 백세시대에는 건강만 잘 관리되면 현업과 은퇴의 구분이 없어질 수도 있다. 사실 은퇴는 기대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 퇴직해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는 사회적 제도였다. 하지만 백세시대에는 사회생활이 길수록 좋다. 다만 과로사할 만큼 일에 얽매이는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대에는 평생 직장이 이상적이었다면 백세시대에는 평생 직업이 바람직하다. 일모작을 끝내고 이모작도 자연스럽게 연장될 수도 있고 기술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 이모작을 해나가는 것도 좋다. 은퇴을 앞두고 있거나 아직 현업에 열중하고 있는 3040세대가 주목해야 할 백세시대의 커리어 관리 방향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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