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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있던 ‘손기정 체육공원’, 달리기 트랙 갖추고 재탄생한다

중앙일보

입력

‘마라톤 공원’으로 재탄생하는 ‘손기정 체육공원’ 내의 ‘손기정기념관’ 전경. [사진 중앙포토]

‘마라톤 공원’으로 재탄생하는 ‘손기정 체육공원’ 내의 ‘손기정기념관’ 전경. [사진 중앙포토]

손기정(1912~2002년) 선수와 함께 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 체육공원’이 달리기 트랙을 갖춘 ‘마라톤 공원’으로 내년에 재탄생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한 손기정·남승룡 선수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록물들도 전시된다.

1987년 조성된 ‘손기정 체육공원’(약 3만㎡)은 손기정문화센터·손기정체육관·손기정기념관 3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축구장·테니스장·체력단련장 등도 갖췄다. 전시 공간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다. 시설 취지를 살리지 못해 하루 평균 방문객이 3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손기정 체육공원’을 재조성하는 ‘손기정·남승룡 프로젝트’를 내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손기정·남승룡 선수의 가치를 조명하는 공간으로 재편해 ‘도전정신과 열정이 인정받는 사회’란 메시지를 주는 관공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기정 선수(왼쪽)와 남승룡 선수가 1936년 6월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손기정 선수(왼쪽)와 남승룡 선수가 1936년 6월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 서울시]

육상 명문인 양정고 1년 선후배 사이였던 손기정·남승룡(1912~2001년) 선수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줬다. 남승룡 선수는 손기정 선수에 가려져 ‘비운의 2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승룡 선수는 35세였던 1947년 후배 서윤복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로 미국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해 ‘마라톤 정신’을 일깨웠다.

공원에는 두 사람을 떠올리며 달릴 수 있는 독특한 달리기 트랙(400m)이 조성된다. 경사로가 있는 공원의 특성을 활용한 경사진 트랙이 만들어진다. “높이의 차이가 느껴지는 이 트랙을 달리면서 두 선수가 살던 시대의 아픔을 잠시나마 생각해 보도록 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손기정 체육공원’ 안에 조성될 경사로가 있는 트랙(400m) 조감도. [사진 서울시]

‘손기정 체육공원’ 안에 조성될 경사로가 있는 트랙(400m) 조감도. [사진 서울시]

방문객을 불러 모을 전시물도 보강된다. 전시 공간을 늘려 손기정 선수의 대형 두상(좌대 높이 포함 2.7m)을 실내에 전시된다. 이 두상이 놓이는 공간은 손기정·남승룡 선수가 36년 뛰었던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의 디자인을 적용한다. 두 선수의 청년 시절 사진 등 일대기를 엿볼 수 있는 기록물들도 전시된다.

 손기정 체육공원에 전시될 손기정 선수의 대형 두상. [사진 손기정기념재단]

손기정 체육공원에 전시될 손기정 선수의 대형 두상.[사진손기정기념재단]

또 서울시는 손기정 체육공원에서부터 우리나라 첫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을 지나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 역사를 담은 서소문역사공원까지의 구간(1.5㎞)을 ‘중림동 역사문화탐방로’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178억원 투자해 서울 중림동 일대를 보행과 역사문화가 결집된 지역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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