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경영도 "fun fun" 해야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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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 진수 테리. [뉴시스]

"If Jinsoo can do it, You can do it, too!(진수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나는 랩으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하는 재미 동포 여성이 있다. 미국에서 이른바 '펀(fun.재미라는 뜻) 경영의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진수 테리(49). 자그마한 체구에 동그란 얼굴, 웃을 때면 쭉 째지는 눈매… . 쳐다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외모이긴 하다.

각종 강연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한국을 찾은 진수 테리는 시종일관 '재미'를 강조했다. 사업은 물론이고 인생에서도 재미에 초점을 맞춰야 문제가 풀리고 새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없는가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하세요.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고 웃음이 나오며 '펀 경영'이 가능해지죠.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겸손한 나머지 자신감을 쉽게 잃는 것 같아요."

진수 테리는 한국 기업인들을 '펀 경영'의 잣대로 보면 40점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국제 회의에선 항상 경직된 모습이고 조직 내에서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간부일수록 웃으면서 즐겁게 일해야 조직의 능률이 오르고 놀라운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내 말을 한번 믿어보라"고 했다.

진수 테리는 20년 전 숙명여대 의류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도미, 미국의 한 벨트 공장에 취직했다. 언어.인종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 회사 매출을 세 배나 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7년째 되는 해 그에게 건네진 것은 해고 통지서였다. "능력은 좋지만 인간관계를 잘 이해 못해 매니저로서 자질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차츰 문제점을 깨달았고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펀 경영'의 기초도 그때 만들어졌다.

달라진 경영 철학 덕분에 진수 테리는 이후 '컷루스'라는 의류회사에 들어가 부사장까지 오르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강연자로서의 명성이 높아지자 지난해 퇴직하고 AGC라는 경영컨설팅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진수 테리는 본격적인 강연자로 나서면서 랩을 도구로 활용해 왔다. 샌프란시스코 흑인 빈민가에서 강연 요청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어디서나 거칠 것 없던 그였지만 택시도 잘 안 다니는 빈민가에 가서 자신의 두 배나 되는 덩치들 앞에 선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흑인 래퍼 에이저맨을 찾아가 자신의 철학을 담은 랩 제작을 부탁해 강연에 써먹었다. 반응이 좋자 청소년을 위한 'Stay in school(학교를 계속 다니세요)'과 수감자를 위한 'Second Chance(두번째 기회)' 등 4곡의 노래도 만들었다.

진수 테리가 명강사로 미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지자 그의 주된 활동 무대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선 '진수 테리의 날'까지 선포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100대 여성 기업인, 미 상무부 선정 소수민족 사업가 대상, 미 ABC-TV 선정 '올해의 아시안 지도자 11인', 전미 연설가협회(NSA)의 한국인 최초 정회원 등도 그의 이력에 포함된다. 진수 테리는 16일 출국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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