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청년, 중국 아주머니 모두 영등포 김씨”…외국인 성씨 문제 고민하는 김형선 사무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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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온 청년도 중국에서 온 아주머니도 똑같이 영등포 김씨가 됩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말이죠.”

지난 2월 한국성씨본관협회를 만든 김형선(50) 사무총장은 귀화한 외국인들의 본관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지는 현실을 지적해왔다.

귀화한 중국동포들이 본관을 선택할 때 겪는 고충에 대해 쓴 본지 지난 22일자 기사.

귀화한 중국동포들이 본관을 선택할 때 겪는 고충에 대해 쓴 본지 지난 22일자 기사.

현재 우리나라에 귀화하는 외국인의 경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본관을 증명할 수 있는 족보가 없으면 스스로 본관을 만들어 시조가 된다. 법원에서는 이때의 본관을 영등포 김씨, 이태원 이씨 등 기존에 없는 것으로 제한한다. 김 총장은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귀화 외국인이 스스로 본관을 정한 이후에도 많은 문제가 불거진다”고 말했다. 김 총장과 나눈 자세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귀화 외국인이 본관을 정할 때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

만약 유럽에서 온 A라는 외국인이 이태원 김씨라는 본관과 성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 후 중국에서 온 B라는 외국인이 법원에 이태원 김씨를 쓰겠다고 신청할 때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외국인이 같은 본관, 같은 성씨를 쓰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나.  

기존에 존재하는 유명한 본관ㆍ성은 그 가문의 종중들이 엄격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종중이랄 게 없는 귀화 외국인들은 본관에 대한 지식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

(※취재 결과 법원 관계자는 “귀화 외국인이 시조가 된 성씨와 본관을 다른 외국인이 신청해도 받아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너무 많은 본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대안이 있나.

지난 19일에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냈다. 기존에 있는 성씨·본관으로는 창성창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또 귀화 외국인들의 경우 본관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방법인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성 독일 김씨'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다. 중복의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다. 실제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본관이 독일이다.”

법원에서는 답변이 있었나.  

관련 부서로 이관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귀화 외국인이 잘 적응하는 데 본관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보나.

왕족과 귀족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성씨 본관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국민이 된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고 ‘당신도 이제 이러한 본관의 시조다’라고 설명해주면 소속감이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왜 본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나의 본관이 부안이다. 다들 ‘그런 김씨도 있냐’고 묻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본관이라 어디 잘 말하지도 않고 살았다. 한 번은 아들이 본관에 대해 물어보길래 우리 본관을 공부하면서 귀화 외국인들 문제도 알게 됐다.”

협회에는 많은 가문이 가입되어 있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점점 큰 종중에서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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