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온 청년도 중국에서 온 아주머니도 똑같이 영등포 김씨가 됩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말이죠.”
지난 2월 한국성씨본관협회를 만든 김형선(50) 사무총장은 귀화한 외국인들의 본관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지는 현실을 지적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 귀화하는 외국인의 경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본관을 증명할 수 있는 족보가 없으면 스스로 본관을 만들어 시조가 된다. 법원에서는 이때의 본관을 영등포 김씨, 이태원 이씨 등 기존에 없는 것으로 제한한다. 김 총장은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귀화 외국인이 스스로 본관을 정한 이후에도 많은 문제가 불거진다”고 말했다. 김 총장과 나눈 자세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귀화 외국인이 본관을 정할 때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
만약 유럽에서 온 A라는 외국인이 이태원 김씨라는 본관과 성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 후 중국에서 온 B라는 외국인이 법원에 이태원 김씨를 쓰겠다고 신청할 때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외국인이 같은 본관, 같은 성씨를 쓰게 되는 것이다.”
- 왜 이런 문제가 생기나.
기존에 존재하는 유명한 본관ㆍ성은 그 가문의 종중들이 엄격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종중이랄 게 없는 귀화 외국인들은 본관에 대한 지식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
(※취재 결과 법원 관계자는 “귀화 외국인이 시조가 된 성씨와 본관을 다른 외국인이 신청해도 받아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너무 많은 본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 대안이 있나.
지난 19일에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냈다. 기존에 있는 성씨·본관으로는 창성창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또 귀화 외국인들의 경우 본관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 예를 들면 어떤 방법인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성 독일 김씨'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다. 중복의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다. 실제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본관이 독일이다.”
- 법원에서는 답변이 있었나.
관련 부서로 이관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 귀화 외국인이 잘 적응하는 데 본관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보나.
왕족과 귀족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성씨 본관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국민이 된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고 ‘당신도 이제 이러한 본관의 시조다’라고 설명해주면 소속감이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 왜 본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나의 본관이 부안이다. 다들 ‘그런 김씨도 있냐’고 묻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본관이라 어디 잘 말하지도 않고 살았다. 한 번은 아들이 본관에 대해 물어보길래 우리 본관을 공부하면서 귀화 외국인들 문제도 알게 됐다.”
- 협회에는 많은 가문이 가입되어 있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점점 큰 종중에서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