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생리대 하나 구매하면, 저소득층에 하나 기부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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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대표가 서울 면목동 사무실에서 9월 출시되는 칙한 생리대 '산들산들'을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사회적기업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대표가 서울 면목동 사무실에서 9월 출시되는 칙한 생리대 '산들산들'을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꿈을 키워 희망을 짓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소셜벤처 ‘업드림코리아’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지웅(28) 업드림코리아 대표는 “저의 꿈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소셜벤처 ‘업드립코리아’ 이지웅 대표 #올 가을 착한 생리대 ‘산들산들’ 출시 예정 #“생리대 구입 부담” 학생 하소연에 사업시작 #질 좋고 저렴한 제품위해 해외공장 200곳 수소문

이 대표는 현재 업드림코리아를 통해 캄보디아 아이들의 그림을 활용해 옷이나 모자를 제작하는 의류브랜드 ‘딜럽’을 운영 중이다. 9월에는 소비자가 생리대 하나를 사면, 저소득층에 하나가 자동 기부되는 생리대 ‘산들산들’도 출시된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가이지만 사실 그는 대학생 때까지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체육교육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적성에 교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에 진로를 찾아 방황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4학년 때 떠난 세계여행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됐다.

“인도에서 7~8살로 보이는 아이들이 배가 고파 길거리의 쓰레기를 주워 먹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인간의 기본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났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2015년 군 제대 후 이틀 만에 딜럽을 창업했다. 딜럽 수익금으로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학교 한 채와 집 세 채를 지어줬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매년 자원봉사도 떠나고 있다.

이지웅대표가  캄보디아 아이들이 디자인한 폰케이스를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지웅대표가 캄보디아 아이들이 디자인한 폰케이스를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생리대 사업은 이 대표가 저소득 청소년 대상 진로특강을 다니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을 때마다 여학생들이 “생리대 사는 게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외동아들로 자라 생리나 생리대 문제를 잘 몰랐던 그는 그날로 편의점에 달려가 생리대 가격부터 살폈다. “평균 가격이 개당 500원꼴이었는데, 학생들 말처럼 2~3시간에 한 번씩 생리대를 교체하려면 하루 6개, 생리기간(5일) 동안 적어도 30개가 넘게 필요했어요. 한 달에 꼬박꼬박 1만5000원 정도 비용이 드는 셈이었죠.”

이를 계기로 저렴한 생리대를 만들어 취약계층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단가를 맞출 수 없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인도네시아·홍콩 등 200곳을 알아본 결과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생리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지급 방식도 소비자가 하나를 구매하면 저소득층에 하나가 자동 기부되는 방식을 택했다. ‘착한 소비에 동참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청이 많기 때문이다.

“저의 최종 목표는 저희 회사가 문을 닫는 겁니다. 국내외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사라지는 날이 업드림코리아가 필요없어지는 날일 테니까요. 그때까지 경제 불평등을 줄이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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