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야, 선거운동 중단 … “테러 배후 규명”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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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테러 발생 직후 영국 정부는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그 여파에 촉각을 세웠다.

테러, 총선 2주 앞 변수로 떠올라 #브렉시트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우리는 희생자를 깊이 위로한다”며 이날 예정된 선거 연설을 취소한 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23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맨체스터 시민과 국민이 잔혹한 테러에 희생됐다. (테러는) 방어력이 없는 젊은이들을 노린 비겁한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과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며 “모든 선거 운동이 중단되는 등 영국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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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이날 웨스트 미들랜드에서 예정됐던 선거 연설을 취소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자고 메이 총리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2주 후 열리는 영국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민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브렉시트 협상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국 내에선 현재 이민 제한이 ‘영국을 보다 안전하게 할 것’이란 의견과 ‘테러를 더 조장할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럽 일각에선 이번 테러로 잠잠해진 역내 극우 세력들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맹위를 떨쳤던 극우 세력들의 기세는 최근 크게 꺾였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선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이 ‘반이민 정책’ 등 극우 공약을 내걸며 돌풍을 일으키던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을 물리쳤고, 이달 프랑스 대선에선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중도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에 크게 패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테러가 지속될 경우 반이민 정책 등 차별적 포퓰리즘이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에선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극우 정당의 입김이 세지곤 했다. 이 경우 당장 유럽의 맹주인 독일 정치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대한 난민 정책으로 극우파의 맹공을 받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어린이 노린 사악한 사상 없애야”=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은 무고한 어린이들을 노렸다. 이런 사악한 사상은 없애야 한다”며 “미국은 영국 국민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영국과 공조해 테러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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