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직 공군 대장이 육군대장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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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화되고 현대화된 우리(북한)의 전략군 로케트(미사일) 종대들이 이병철 육군 대장과 김락겸 전략군 대장의 지휘차를 앞세우고 들어서고 있다”

북, 공군대장 군복 벗은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에 육군 대장 칭호 #이병철,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때 마다 그림자 수행 #당국 "군수공업부의 핵과 미사일 관련 부서 현역에 편입시켰을 가능성" #유사시 생산과 발사 동시에 이뤄질 수 있어 위협적

지난달 15일 오전 북한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중계하던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이병철 당중앙위 제1부부장(군수공업부)을 육군 대장으로 호칭했다.

다음 날엔 그가 육군 대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해하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게재됐다.

이병철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원 안)이 지난달 15일 육군 대장 군복을 입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이병철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원 안)이 지난달 15일 육군 대장 군복을 입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이병철은 지난 14일과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각각 화성-12와 북극성-2 미사일을 쏘는 현장을 찾았을 때 ‘제낀 옷’으로 불리는 인민복을 입고 수행했다. 군복을 입었다 벗었다 한 셈이다.

무엇보다 2014년까지 공군 사령관(대장)을 지낸 뒤 전역했던 그가 육군 대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은 것에 대해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전직 군 정보 당국자는 23일 “한국은 한 번 전역하면 현역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북한은 장성택과 김경희 등 민간인에게도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고, 전역한 뒤에도 필요에 따라 전직을 현역에 복귀 시키곤 한다”며 “그러나 공군 대장이 육군 대장으로 바뀐 건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미사일 조립공장의 노동자들이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스템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군수공업부는 북한군에 필요한 무기와 물자 생산과 관련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곳”이라며 “최근 군수공업부의 핵과 미사일 분야를 따로 분리하고, 군수공업부 산하의 핵ㆍ미사일 관련 군수공장도 전략군(핵과 미사일 담당)에 편입시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과거 총참모부 산하의 포병국을 미사일지도국으로 확대 개편(2003년 말)한 뒤 2014년엔 육ㆍ해ㆍ공군과 별도의 제4군에 해당하는 전략군을 신설했다. 지대공 미사일이나 지대함 등의 미사일을 제외한 전략무기로 꼽히는 핵과 탄도미사일 등을 전담토록 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 최근엔 아예 당과 군대, 공장의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이와 관련, 북한군 출신의 고위 탈북자는 “핵과 미사일은 자칫 관리를 잘못해 발사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전될 우려가 있어 철저한 통제를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김정은 들어 전국을 미사일 기지로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유사시 공장에서 미사일을 생산해 곧바로 발사할 수 있도록 군수공업부 간부들과 공장들을 현역체제에 편입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생산한 미사일을 군에 납품하고, 군 부대에서 고정식 또는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발사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미사일 생산 공장 자체를 미사일 발사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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