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에도 공무원과 동일 수당 지급하라”는 인권위 권고 거부한 출입국사무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계약직 직원에게도 공무원에 지급하는 수당을 동일 지급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계약직 직원과 공무원의 업무 및 보수지급 적용 법령이 다르고 예산 또한 책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계약직이라는 신분 자체가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 관계 없는 '사회적 신분'이라며 이같은 관행이 차별 행위임을 강조했다.

앞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2007년부터 무기계약 근로자로 일해온 A씨는 단속에 걸린 외국인들을 이송하기 위해 45인승 대형버스를 운전직 공무원과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운전해왔다. 하지만 계약직 신분이라는 이유로 운전직 공무원이 받는 가족수당·직급보조비·정액급식비·특수직무수당 등은 지급받지 못했다.

A씨 가족은 인권위에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도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운전직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특수업무수당, 정액급식비 등의 수당을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다"며 관련 규정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인권위 권고에 지난 3월 "국가 공무원과 기간제·무기계약 근로자의 보수 지급시 적용 법령과 지침이 달라 특수업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을 뿐 무기계약직 신분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한 것은 아니다. 또 운전직 공무원은 계약직 근로자와 달리 실제 차량관리, 불법체류자 단속 지원 등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가 동일하지 않다"고 회신했다. 다만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향후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무기계약 근로자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는 관계 없이 공무원과 같은 보직을 부여받거나 직급 승진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A씨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업무 수당이나 정액급식비 등은 근로 제공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지 공무원 신분이라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