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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닭육수 칼국수에 만두 얹어 … 면사리·공기밥 무한리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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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맛대맛 다시보기 │ 명동교자 칼국수 

닭 육수에 면을 넣어 삶는다. 같은 이름의 가게가 생기자 1978년 명동교자로 상호를 바꿨다. [중앙포토]

닭 육수에 면을 넣어 삶는다. 같은 이름의 가게가 생기자 1978년 명동교자로 상호를 바꿨다. [중앙포토]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이를 다시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두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모두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 집은 대부분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이번 회는 칼국수(2014년 4월 9일 게재)다.

맛대맛다시보기-명동교자 #50년 명동 지킨 터줏대감 #당일 식재료만…마늘도 매번 새로 갈아

명동교자는 명동칼국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서울 명동에서 5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데다 1969년 명동으로 이전해 문을 열었을 당시 상호가 명동칼국수였기 때문이다. 이름은 78년에 바꿨다. 명동칼국수란 간판을 내건 칼국숫집이 명동에 워낙 많아서 아예 옛 이름을 버리고 새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닭 육수에 면을 넣어 삶는다. 같은 이름의 가게가 생기자 1978년 명동교자로 상호를 바꿨다. [중앙포토]

닭 육수에 면을 넣어 삶는다. 같은 이름의 가게가 생기자 1978년 명동교자로 상호를 바꿨다. [중앙포토]

명동교자의 출발은 수하동이다. 박연하(85) 대표가 66년 친척이 운영하던 수하동의 작은 칼국숫집 ‘장수장’을 인수했다. 69년 지금의 분점 자리로 옮기며 이름을 명동칼국수로 바꿨다. 당시 명동은 최고의 상권인 데다 수하동에서도 멀지 않아 단골이 따라올 수 있어 선택한 장소였다. 장사가 잘돼 76년엔 지금 본점 자리에 있던 건물을 통째로 사서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전 1년 만인 77년에 불이 나 집기와 지붕, 간판이 다 타버렸다. 박 대표의 둘째 며느리인 채연희(47) 재정이사는 “아버님이 넋 놓고 앉아 있는데 점심시간이 되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급하게 천막을 치고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말했다.

명동교자 칼국수는 육수에 면을 넣어 함께 삶는 충청도식이다. 박 대표 어머니가 만들던 국수를 재현한 것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닭고기를 일일이 찢어 고명으로 얹어 냈다. 명동으로 이전한 후 닭 육수가 여러 사람 입맛에 두루 맞다고 생각해 닭 육수로 바꿨다. 위에 닭고기 간 것을 얹고 좀 더 푸짐하게 내기 위해 만두를 함께 낸다. 칼국수 사리와 육수, 밥까지 원하면 계속 준다. 물론 무료다.

그날 사용할 식재료는 당일에 받아 사용하고 남은 것은 모두 버린다. 가게에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동실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늘조차 미리 갈아서 보관하지 않고 요리할 때마다 빻아서 사용한다. 지난해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의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는데 평가원도 냉동식품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

2014년 맛대맛에 소개된 뒤 점심시간이 지난 후, 그것도 20명 이상일 때에 한해 예약을 받는다. 사실 그전엔 아무리 지위가 높고 유명한 사람도 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칼국수 하나로 50년 동안 명동을 지켜 온 명동교자는 100년 식당을 꿈꾼다. 채 이사는 “시할머니 손맛에서부터 부모님 노력으로 이어진 명동교자를 100년 넘게 이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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