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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이방카" 여성인권 무덤 사우디에 부는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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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21(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트위터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21(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트위터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가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도착한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지 트위터의 인기 해시태그는 #트럼프가 아니라 #빈트럼프(binttrump), 아랍어로 ‘트럼프의 딸’이었다.
 트럼프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이번 사우디 방문엔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맏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동행했다. 이 가운데 이방카에 대한 사우디인의 열광은 여성의 지위가 억압받는 수니파 이슬람국가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LA타임스가 21일 조명했다.

 이방카를 보는 현지의 시각은 ‘가정과 일의 조화를 구현하는 훌륭한 딸’로 요약된다. 이방카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한 아내이며 자신의 패션사업을 이끄는 커리어우먼이다. 특히 그가 백악관에서 아버지의 국정을 도우면서 가족 사업에 관여한다는 점이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제한된 사우디에선 여성들이 주로 아버지의 네트워크를 지원받아 금융·언론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이방카가 이런 점에서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 호감의 아이콘으로 #"사우디 여성 인권 신장돼야" 펀드 2억 달러 유치도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이방카 트럼프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왕궁의 환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이방카 트럼프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왕궁의 환대를 받고 있다.[AP=연합뉴스]

사업가 아흐메드 이브라힘은 “사우디에선 왕가의 일족 누군가를 경애할 때 ‘아부’ 즉,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식으로 높인다”며 “여기선 트럼프를 부를 때 ‘아부 이방카’ 즉 이방카의 아버지라고 호칭한다. 이방카가 그만큼 멋지고 총명하고 세련된 여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방카 신드롬’이 실제 사우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사우디는 양성평등 지수가 144개국 가운데 141위로 ‘꼴찌’나 마찬가지다. 여성에 운전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나 남편, 남자형제, 아들 등 가족 중 남성 후견인이 동의해야 여성이 여권을 취득하거나 결혼, 여행을 할 수 있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수니파 이슬람 왕정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방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관심과 환대를 받고 있는 이방카 트럼프.[AP=연합뉴스]

수니파 이슬람 왕정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방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관심과 환대를 받고 있는 이방카 트럼프.[AP=연합뉴스]

 사우디인들의 환호에 답하듯 이방카는 21일 사우디 스포츠청(GAS)의 여성담당 부청장인 리마 빈트반다르 공주 주재로 열린 ‘여성리더 모임’ 행사 연설에서 사우디의 여성 인권에 대해 언급했다. 이방카는 “최근 사우디가 보여준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여성의) 자유와 기회를 위해 우리는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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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화답하듯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방카가 제안한 세계은행의 ‘여성기업인 펀드’에 각각 1억 달러(약 1123억 원)씩 출연키로 했다. 이 기금은 중동지역에서 창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될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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