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유리천장과 천정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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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보훈처장에 이어 외교부 장관 후보에도 여성을 임명함으로써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뚫은 인사를 기록하게 됐다. 외교부 역사상 최초 여성 장관이라고 한다.

유리천장이란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리천장’을 ‘유리천정’이라 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천장’ 대신 ‘천정’이란 말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유리천정’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유리천정’이라 해선 안 된다.

지붕의 안쪽을 뜻하는 말로 우리는 원래 ‘천장(天障)’이란 단어를 사용해 왔다. 하늘을 가로막는 것이란 개념이다. 그러나 일본은 ‘천정(天井, てんじよう)’이란 말을 써 왔다. 천장의 틀이 우물 정(井)자 모양을 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어쨌거나 이 ‘천정’이 우리말에 들어와 ‘천장’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은 ‘천정’은 ‘천장’의 잘못이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천정’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유리천정’이 아니라 ‘유리천장’이 맞는 말이다.

그럼 ‘천정부지’도 ‘천장부지’라고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천정부지(天井不知)’는 천장을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물가 등이 한없이 오르기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천정부지’는 자체가 한 단어로 널리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은 이를 그대로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천장’과 ‘천정’의 혼란이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천정’은 ‘천장’이 맞지만 ‘천정부지’는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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