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급 특사 파견 무난한 출발, ‘코리아 패싱’ 불안감 잠재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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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01면

[뉴스 분석] 순항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뜨겁다. 한국갤럽이 그제 발표한 취임 2주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잘못할 것이란 응답은 7%에 그쳤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 다수도 기대를 하고 있다.

예상 밖 신속·치밀한 외교 #산적한 현안 해결 정지작업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 멀어

여론의 기대가 높은 까닭은 무엇보다 낮은 자세로 소통과 협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사이다 행보’도 기대를 높이는 이유로 짐작된다. 내치를 잘해도 외치가 불안하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예상 밖의 속도와 무게로 전개되고 있는 외교안보 행보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외교안보 상황은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심각하고 중층적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되돌리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드 비용 문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까지 불거졌다.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불안이 컸던 게 사실이다.

취임 즉시 문 대통령은 주변 4강(强)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과의 전화 통화로 막혔던 정상외교의 물꼬를 텄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맨 먼저 통화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6개월 가까이 공백 상태였던 정상외교가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자동문 열리듯 재개됐다.

취임 2주차엔 특사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중·일 3개국과 유럽연합(EU)에 특사를 파견, 북핵·사드·위안부 문제 등 산적한 외교 현안 해결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 러시아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도 곧 특사를 보낼 예정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라인업조차 안 갖춰진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치밀한 행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나름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며 대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하고, 대내적으로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건너뛰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중량급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특사외교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미국 특사로 간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도착 당일 바로 접견했다. 중국 특사로 간 이해찬 전 총리와 일본 특사로 간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도 시 주석과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났다. 특사들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한편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외교 노선을 설명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원론적인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특히 미국 측에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대북 압박과 대화의 병행 원칙을 밝힘으로써 정상 간 협의를 위한 의미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일단 출발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첫 단추를 끼운 데 불과하다. 특사외교로 조성된 모멘텀을 살려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를 풀어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곧 진용을 드러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의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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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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