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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은 탱크샷 … ‘경주’는 멈추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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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국에서 47번째 생일을 맞은 최경주. 18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개막한 SK 텔레콤 1라운드에서도 노련한 플레이로 6언더파 3위에 올랐다. [영종도=뉴시스]

고국에서 47번째 생일을 맞은 최경주. 18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개막한 SK텔레콤 1라운드에서도 노련한 플레이로 6언더파 3위에 올랐다. [영종도=뉴시스]

‘탱크’ 최경주(47·SK텔레콤)가 고국에서 47번째 생일을 맞았다. 1970년 5월 19일생인 그는 3년 뒤면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시니어 투어에서 뛰게 된다. 그러나 최경주는 여전히 우승 경쟁력을 갖춘 ‘팔팔한 현역’이다.

시니어 투어 3년 앞둔 47세 최경주 #PGA 아시아인 최다 8승 거둔 ‘맏형’ #국내 대회인 SK텔레콤 오픈 출전 #“실력으로 후배들에 메시지 전달” #1라운드 10m 퍼트 등 명품샷 뽐내 #“PGA서 10승 채우고 은퇴하겠다”

최경주가 7개월 만의 국내 경기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최경주는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8언더파로 첫 날 공동 선두에 나선 조성민(32·캘러웨이)·손준업(30)과는 2타 차다. 상쾌하게 출발한 최경주는 KPGA투어 최다 연속 컷 통과 타이 기록(29경기)을 눈앞에 뒀다. 최경주는 2002년 한국 오픈부터 컷 통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아시아 선수 최다인 8승을 기록하고 있는 최경주의 등장만으로도 대회장 분위기는 남달랐다. PGA투어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의 대회 출전 여부에 따라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달라지듯 ‘맏형’ 최경주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수민(24·CJ대한통운)은 “최경주 선배와 함께 대회에 출전하는 자체가 특별하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의미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PGA투어 신인왕 출신 김태우(24)도 “모든 선수들이 최경주 프로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등장 만으로도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분위기도 달라진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후배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동환(30·CJ오쇼핑)은 “지난 시즌 최경주 프로님에게 그립 잡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그립과 손바닥 사이 틈이 생기지 않게 완전히 밀착시켰는데 임팩트 포인트가 확실히 좋아져 비거리가 한 클럽 정도 늘어났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경주의 조언 덕분에 이동환은 지난 4월 PGA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최경주는 후배들에겐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최경주는 우승하기 위해 지금도 후배들 못지않게 훈련을 거듭하면서 변화를 시도한다. 지난 2월부터 후배 위창수(45)를 스윙 코치로 영입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경주는 “나이는 적지 않지만 PGA투어에서도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10승을 채우고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또 후원사가 주최하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도 철저히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월 코치를 바꾼 이후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했다. 후배들한테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면 우승을 해서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최경주는 이어 “지난 해까지는 이렇다 할 원칙 없이 설렁설렁한 측면이 없지 않다. 새 코치와 함께 이제는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샷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에서 3차례 우승하면서 대회 최다 우승(2003, 2005, 2008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경주는 2012년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PGA투어 8승, KPGA투어에선 16승을 거둔 뒤 멈춰있다.

최경주는 이날 지난해 KPGA 대상 수상자 최진호(33·현대제철), 디펜딩 챔피언 이상희(25·호반건설)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한 수 위의 ‘명품 샷’을 뽐냈다. 1번 홀에선 10m 거리에서 버디를 낚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최경주는 이후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차분하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 3타를 줄였고, 후반 들어서도 버디 3개를 추가했다. 17번 홀에서도 7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경주는 라운드를 마친 뒤 “부지런히 한 번 쫓아가 볼랍니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3언더파, 이상희는 1언더파를 기록했다. 한편 루키 정한밀(26·삼육식품)은 파3의 16번 홀(167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성공시켜 1억600만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JTBC골프가 대회 2~4라운드를 19~21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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