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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위로…'루프 상권'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후 4시쯤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의 ‘루프톱 바(Rooftop Bar)’. 지상 2층 건물이지만 옥상까지 3개 층이 음식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1층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은 한산했지만, 맥주와 튀긴 음식을 파는 옥상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든 화분과 짐이 쌓여 있는 공간이었다. 2층에 새로운 임차인이 입주하며 옥상도 함께 이용하기로 계약했고 테이블 등 간단한 소품을 활용해 야외 음식점으로 꾸몄다.
이날 이곳을 찾은 문모(31)씨는 “1층 테라스 상가는 지나다니는 행인도 신경 쓰이고 먼지도 많이 나는데, 옥상은 편하다”며 “루프톱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석양이 좋아서 요즘 한 달에 2~3번은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유럽풍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공원?테마파크까지 ‘옥상의 변신’ #서울 주요 상권에 '루프톱' 레스토랑 늘어 #'버려진 공간' 임대료 받아…백화점은 집객 효과 '톡톡'

#대구 수성동에 사는 한모(48)씨는 13일 가족과 함께 대구신세계 백화점을 찾았다. 한씨는 백화점에 도착해 바로 옥상(9층)으로 올라갔다. 테마파크인 ‘주라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정글을 주제로 꾸며진 야외 공간엔 분수광장과 대형 코끼리‧기린‧코뿔소 모형과 바오밥나무 등이 즐비하다.
한씨는 “5살 아들이 동물을 좋아해 주라지를 구경하기 위해 백화점에 왔다”며 “온 김에 벼르고 있던 여름 바지와 운동화도 구매했다”고 말했다.

‘버려진 공간’이었던 옥상이 달라지고 있다. 유럽풍 레스토랑에서 공원, 테마파크로 변신하며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상가 시장에서 이른바 ‘로열층’은 지상 1층이다. 눈에 잘 뛰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같은 건물이라도 층이 높아질수록 임대료는 크게 싸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홍대입구,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대학로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옥상 음식점이 늘어나며 '루프 상권'이 조성되고 있다. 대개 유럽풍 레스토랑이나 맥주나 와인을 파는 바(Bar)다.

옥상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올랐다. 이태원 경리단길 이면도로 상가는 옥상을 이용할 수 있는 ‘꼭대기층’ 임대료가 1층보다 3.3㎡당 3만~5만원 비싸다.

아예 옥상 임대료가 1층보다 비싼 곳도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 5층 건물의 옥상 임대료는 3.3㎡당 30만원선이다. 같은 건물 1층은 3.3㎡ 27만원선이다.
자산관리회사인 태경파트너스의 박대범 본부장은 “조경이나 인테리어가 갖춰진 옥상은 ‘루프톱 프리미엄’이 더해져 되레 1층보다 비싸다”며 “요즘 옥상을 정돈해서 임대를 놓으려는 상가주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옥상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대구신세계에 7300㎡(약 2200평) 규모의 테마파크 주라지를 열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8000여 명이 이른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 옥상엔 캐릭터 테마파크인 ‘뽀로로 빌리지’를 조성했다. 강남점과 의정부점 옥상은 대형 정원인 S가든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은 청량리점 옥상에 미니풋살장, 미니농구장을 설치해 어린이를 위한 스포츠 테마파크로 조성했다. 노원점 옥상은 연못 등을 만들고 생태공원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장동호 점장은 “옥상을 가족이 방문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꾸민 이후 지역 명소로 알려져 집객률이 15%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옥상이 주목 받는 데는 이색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또 1층 테라스 상가는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나 먼지, 소음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옥상은 이런 걱정이 없는 것도 이유다. 여기에 탁 트인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주인 입장에선 버린 공간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옥상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꼭대기층 임대료를 더 받거나 아예 옥상만 별도로 임대하기도 한다. 백화점은 영업공간을 침해하지 않고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른바 ‘샤워효과’(최상층 시설이 고객을 모아 아래층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예컨대 옥상을 구경하려고 찾은 고객이 자연스레 백화점 내에서 식사나 쇼핑을 하며 지출한다.
신세계백화점 박순민 영업전략담당은 “고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즐길거리가 필요한데 이미 상품 매장으로 꽉 찬 백화점에 별도의 공간을 내기 쉽지 않다”며 “차별화된 옥상 공간은 이미 백화점 경쟁력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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