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소서"|고이회장 영결식 사원·친지들 오열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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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78년의 생애를 경제부국의 외길에 던져 근대 한국기업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호암 이병철회장.
혼란과 변혁의 와중에서도 의연한 자세로 가장 열심히, 그리고 가장 바쁘게 살아온 호암은 스스로 국토개발의 의지를 실천했던 용인자연농원 양지바른 유택에 영원한 안식을 찾았다.
고인의 유해가 영결식을 마치고 장지로 향하는 동안 거리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마지막 길에 명복을 빌었다.
상오8시10분 서울이태원동108의1 자택에서 불교의식으로 발인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노랗고 하얀 국화송이에 덮여 경찰백차와 사이카의 선도를 받으며 영결식장인 중앙일보사 호암아트홀로 향했다.
상오8시20분 중앙일보사에 도착한 유해는 장손 이재현씨 (30) 가 받쳐든 영정을 선두로 삼성관계사사장들에 의해 영결식장으로 운구됐고 유해가 들어서자 1천여 조문객들은 일제히 일어서 고인을 맞았고 경찰주악대는 「그리그」의 조곡을 연주.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장내 곳곳에서 오열이 터져나왔고 조사를 하던 신현교 삼성물산회장·정주영전경련명예회장도 목이 메어 간간 조사가 중단됐다.
미당 서정주시인은 「호암 이병철대인 영전에」란 제목의 조시를 지어 헌정. 『이승에서 보이던 반가운 그대의 미소, 이제는 날아가서 하늘에 자리했으니…』로 시작되는 조시가 KBS탤런트 임동진씨의 애틋한 음성으로 낭송되는 동안 장내에는 조용한 흐느낌이 시작되었고 고인의 육성과 단아하면서도 활기찼던 모습이 6분 동안 스크린에 재현되자 조객들은 참았던 슬픔을 끝내 이기지 못해 오열했다.
이회장 영결식에서는 육성녹음과 함께 고인의 생전활동모습이 45인치 대형프로젝트로 방영되는 비디오육성방송이 처음 시도됐다.
또 수용인원 1천2백명의 호암아트홀을 가득 메우고도 3천여명의 삼성가족·내빈·일반시민들이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중앙일보 통로와 로비·옥외광장등에 45인치 대형 프로젝터 7대를 설치, 영결식 진행광경을 생생히 전달하기도.
1시간10분간의 영결식을 마친뒤 「크고」 「강하고」 「영원하다」는 뜻이 담긴 대형 삼성사기에 덮인 유해는 상오10시20분 3천여명의 삼성임직원이 도열한 가운데 태평로 2가 삼성본관에 도착, 영정이 고인의 체취가 젖어있는 28층 집무실을 돌아 고별식을 가진뒤 장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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