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국민의당, 일단 당 재건쪽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당이 1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박지원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당 재건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민의당은 11일 오전 최고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전날 사전 의논없이 사퇴 의사를 밝힌데다 비대위 구성문제도 차기 원내대표에게 넘기겠다고 한 것에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약 한시간 만에 회의가 정회됐다.

16일 원내대표 선출 후 비대위 체제 출범키로 #안철수, 선대위원장단 오찬, 의원 전원 만찬 #"국민의당을 위하여" 건배사하며 단합 호소

정회 도중 문병호 최고위원은 “박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구성하는데 관여해 당내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느낌이 든다”며 “상왕 노릇하려는 꼼수 그만부리고 즉각 대표직에서 사퇴하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결국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구성 문제를 맡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장은 탈당사태가 벌어지거나 다른 당과의 연대가 화두가 되기보다 비대위 중심의 당 재건 작업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승용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동 뒤 기자들에게 “(통합정부 구성이나 참여와 관련된)언급이 없었고, 제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정체성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소통과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당으로서 강하게 역할을 하겠다. 들러리 협치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은 '당 내부 혁신'이 먼저라는 주장을 폈다. 문 최고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분간은 당 내부 혁신에 주력해야 하고, 당이 방향을 잡은 다음에야 연대 문제든 뭐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장병완 의원도 “당 차원에서 연정을 어떤 형식으로 하느냐와 별개로 지금 당장 개별적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을 국민들이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러닝메이트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관영 의원과 이언주 의원도 '당 재건'을 내걸었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김 의원은 “진정한 연대와 협치라면 정책연대나 협약과 같은 구체적인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장관 몇 자리 주고 사람을 빼나가는 식의 접근은 큰 문제가 있고,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김 의원),“함께 할 수 있다”(이 의원)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선거기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 제가 부족해서 죄송하다.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김경록 대변인이 전했다. 안 후보는 또 “이번 대선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의미에서 백서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저녁엔 국민의당 소속 의원 전원을 여의도 한정식집으로 초청했다. 안 후보가 선창한 건배사는 "국민의당을 위하여"였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