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견 기사는 반론보도 대상 안 돼" 판결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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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2월 11일자 2면). 이는 사설.칼럼 가리지 않고 언론중재 신청을 남발해 온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비판의 자유 폭넓게 인정=보도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사실▶사실적 주장(사실을 토대로 한 주장)▶의견 표명(대개의 사설.칼럼류)이다. 옛 정기간행물법(정간법)과 현 언론중재법은 이 중 '사실 및 사실적 주장에 대한 보도'에 대해 반론.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적 주장'이었다. 사실과 주장이 섞여 있는 경우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는 관련 조항을 폭넓게 해석, 사실적 주장에 대한 반론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왔다.

이번 판결의 당사자는 국정홍보처와 동아일보사다. 동아일보는 2001년 7월 국정홍보처장이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성명을 남발하고 있는 현상 등을 비판했다.

이에 국정홍보처는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승소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관행 그대로였다. 그러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 보도의 본질은 정부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나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법원은 '사실적 주장'의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한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다. 전체적인 기사 흐름, 문맥,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독자가 받는 인상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언론중재 신청 남발에 제동 걸릴 듯=지금까지 정부의 언론 관련 소송엔 비판이나 의견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잘못된 경우 모든 언론사가 곧바로 정정해 중재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오보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언론 정책을 꾸려 왔다.

강용석(38) 변호사는 "개인과 달리 정부의 언론 관련 소송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정부의 중재 신청 건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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