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미란다원칙' 시행 2년…2700명에 290억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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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부와 간병인으로 근근히 생계를 잇던 A씨는 몇 년 전 자신이 간병하던 B씨에게 폭행 당해 한쪽 눈이 실명되는 피해를 입었다. B씨는 살인미수로 처벌을 받았지만 A씨는 치료비를 비롯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고통스러운 범죄 피해자

고통스러운 범죄 피해자

A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검찰은 A씨에게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를 안내했다. 가해자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 진행절차 등 법률상담도 진행했다. 7개월에 걸친 상담과 모니터링 끝에 A씨는 생계비와 치료비, 장해구조금 등 1300여만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다. 강력범죄 피해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로부터 딸과 함께 심리치료도 받았다. A씨는 “범죄피해를 당하고도 법을 몰라 캄캄하기만 했었는데, 상담을 받고나서 법에도 인정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딸아이를 부둥켜 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라며 검찰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강력범죄의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적절한 보상이나 도움을 받지 못해 두 번 고통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가가 범죄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제도가 있지만 법적 지식이 짧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하지만 2년 전 범죄피해자에 대한 권리 고지(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가 의무화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이 시행된 2년 동안 22만4355건의 피해자 상담이 이뤄져 지원으로 이어졌다. 범죄피해자와 유족 679명이 221억1800만원의 구조금을 지원받았다. 또 2117명은 68억1400만원의 치료비와 생계비, 학자금 등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원제도는 범죄피해자가 국가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법률적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지원 신청을 해야 했다. 그런데 2년 전인 2014년 4월 관련 법이 개정돼 범죄피해자에게 지원 제도를 고지하는 게 의무화됐다.

범죄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해‧전치 2개월 이상의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이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 국가로부터 치료비와 생계비, 장례비, 학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범죄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가의 도움도 제공된다. 이밖에 보복의 우려가 있는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비용을 지원하거나 민‧형사절차를 진행할 때 다양한 법적 조력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범죄피해자지원 검사와 피해자지원담당관 등을 전국 검찰청에 배치해 범죄피해자에게 이같은 권리와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의 형사 사법제도가 피의자와 가해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발전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2015년 4월 16일 관련 법이 개정돼 범죄피해자도 이런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범죄피해자 지원 전용 상담전화(1577-2584)를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상담전화로 연락하면 가까운 검찰청 피해자지원실로 연결돼 보호‧지원제도를 비롯해 유관기관 연계, 각종 지원 신청 방법 등 맞춤 상담 서비스가 제공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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