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장의 '굿바이 대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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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르노삼성차의 제롬 스톨 사장(右)이 정월대보름 소망기원 행사에서 소망을 적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와 임직원들의 무병장수(long life)를 빕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롬 스톨 사장은 12일 서울 인사동에서 연 정월대보름 맞이 소망기원 행사에서 영어로 적은 '소망 쪽지'를 새끼줄에 매달았다. 그의 소망은 5년 6개월간 한국에서 함께 지낸 임직원들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이기도 하다.

2000년 9월 르노삼성차 초대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이달 말 임기를 마친다. 후임 사장엔 장 마리 유티제가 지난 3일 임명됐다. 스톨 사장의 다음 담당업무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을 총괄하는 중남미 총책임자다. 그는 프랑스 파리 르노그룹 본부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한 뒤 11일 밤 한국에 돌아왔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르노삼성차의 대보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그가 한국에서 벌이는 마지막 공식 이벤트인 셈이다.

스톨 사장은 보름상에 소원을 비는 절을 올리고 돼지머리에 '금일봉'도 끼워 넣었다. 절하는 품새나 돈을 꽂는 모습이 한국 사람 못지 않게 자연스럽다. 행사를 구경하는 시민들에게는 한국 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연발했다. 그는 이날 전통 문화 보존 후원금을 김충용 종로구청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는데 한국을 떠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르노삼성의 SM3가 닛산의 브랜드로 해외 수출을 시작한 것에 대해 "르노삼성이 아닌 닛산 브랜드지만 한국 수출 산업에 기여하게 됐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러시아와 중동 등의 지역에 닛산 브랜드로 SM3 3만대를 판매해 수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스톨 사장은"르노의 글로벌 전략으로 르노삼성차의 생산 규모도 커지고 국내 고용도 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행사엔 한국 예총 이성림 회장, 명인명장협회 한완수 이사장,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십장생도 제막과 비나리.사물놀이 공연 등을 지켜봤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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