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안철수 공동정부 한 배 탄 김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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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개혁공동정부호'에 올라 탔다. 김 전 대표가 안철수 후보와 함께 한 건 2011년 청춘콘서트 이후 6년 만이다.

김종인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 업무를 맡아달라는 안 후보의 요청에 따라 위원회를 오늘부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공동정부는 모든 반패권세력을 포괄해 구성될 것이며, 2018년 중으로 헌법 개정을 완료해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회견에서 개혁공동정부 내각 구성의 전권도 본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사람을 추려 놓으면 당선자가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전권을 가진다고 해서 임명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최명길 의원은 “4월 15일경부터 안 후보와 김 전 대표가 3~4회 정도 만나 상당히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지휘하면서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후보와 최대 정적으로 날선 공방을 벌인 악연도 있다. 그는 당시 안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안 될 거 같으니 (당을 깨고)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 총선 때 안 후보에 대한 비난을 많이 했다. 극단적인 말도 했다”고 인정하면서 “지금 대통령 후보들을 놓고 비교해봤을 때 2012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최선의 후보도, 차선의 후보도 별로 없다. 차차선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다시 손을 잡았지만 공동정부(연정)의 참여 대상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포함할 지를 놓고는 여전히 대립했다. 김 전 대표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포함 여부에 대해 “개혁공동정부는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것으로 어디를 특별하게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도 “그 분(홍 후보)이 친박 패권세력은 아니지 않느냐”며 “오히려 후보 본인은 지난 10년 간 친박 때문에 굉장히 핍박 받았다 생각하고 객관적으로도 그렇게(비박) 분류될 수 있기에 배제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홍 후보는 공동정부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대통령을 하고 싶다지만 상왕에 태상왕까지 모시고 3년짜리 대통령이 되려고 무리하는 것은 자신의 유약함만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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