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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염전으로 되돌아간 '섬 노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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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에 알려왔어요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인데요. 이런 부모님들의 걱정을 사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발달장애인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사건들이 보도되곤 하는데요. 이런 여건에서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사라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이러한 경제적 착취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후견제도도 생겼다고 하는데 이런 후견제도나 신탁제도 등 다른 기타 지원제도들이 활성화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puha****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자를 꾀어 19시간 이상 중노동을 시키다 적발된 전남 외딴 섬의 염전       [중앙포토]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자를 꾀어 19시간 이상 중노동을 시키다 적발된 전남 외딴 섬의 염전 [중앙포토]

지적장애인·노숙자 등을 외딴섬으로 유인해 하루 19시간 이상 중노동을 시켰던 ‘염전 노예’ 사건이 2014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경찰 수사로 당시 피해자는 모두 구출됐지만 중앙일보·JTBC의 여론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 취재 결과 상당수 피해자가 사기·갈취 등 2차 피해를 보고 노숙자 등으로 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사회 적응에 실패해 염전으로 되돌아간 피해자도 있었다.
당시 피해자 김모(64)씨는 염전 탈출 뒤 법원 판결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법원은 그에게 일정 기간 법적 권리를 대신해줄 ‘특정 후견인’도 정해 줬다. 그러나 부산에 정착하려던 김씨는 얼마 못 가 배상금을 노린 사기범에게 재산을 몽땅 털렸다. 심지어 명의까지 도용당하는 바람에 그의 이름으로 수십 대의 휴대전화가 개통돼 300만원이 넘는 빚까지 졌다. 발달장애인 피해자 이모씨도 배상금을 갈취당한 뒤 노숙인 시설을 전전하고 있다. 박모씨 역시 비슷한 피해를 보았지만 배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 자격조차 얻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측은 “확인된 염전 노예 피해자만 370여 명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배상금을 갈취당한 뒤 방치돼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사회가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의 구출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이들의 사회 적응엔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김씨처럼 성년이면서도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다. 염전 노예 피해자 외에도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늘고 있는 성인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당사자의 권리 행사 제약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 한정치산·금치산자 제도에 비해선 의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견인 신청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7월 성년후견인제가 시행된 이래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후견 신청은 2014년 768건에서 지난해 1299건으로 급증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성년 후견 상담 역시 2013년 143건에서 지난해 763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권리 보호와 함께 뒤따랐어야 할 재산보전 조치가 미흡해 사기·갈취 등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달장애인 B씨 부부는 3년 전 어렵게 만나 임대아파트에 살림을 꾸리고 아들까지 얻었다. 이들을 본 이웃 C씨는 “육아와 살림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도 C씨가 동행했다. 그러나 B씨 부부는 뒤늦게 C씨가 계산을 할 때마다 자신이 산 물건까지 B씨 카드로 한꺼번에 결제했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B씨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보험금 청구를 도와주겠다”며 수령액 5000만원 중 3000만원을 빼갔다. 그나마 B씨 부부가 자폐인사랑협회의 도움을 받아 C씨를 추궁하자 “돈을 잠시 빌린 것뿐”이라며 약속어음을 끊어 줬다.
이처럼 성년후견제 도입 후 후견인이나 주변 인물에 의한 재산 횡령·배임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법원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의 ‘후견 사건 전담 재판부’는 두 곳으로 이들이 관리하는 ‘후견 감독 사건’은 1535건에 달했다. 지역은 전담 재판부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배인구 변호사는 “법원은 후견인의 재산 사용 내역 등을 1년에 한 차례 보고받는데 후견인이 보호대상자를 위해 돈을 썼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서울가정법원도 올 들어 전담 재판부를 3곳으로 늘리고 오는 7월 ‘성년후견지원센터’를 설립할 예정이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사건을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고령화와 함께 성년후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후견인 선정 이후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성년후견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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