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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핍박 알리려 한국민담·동화 등 번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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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독립운동가 서영해(徐嶺海.1902~49)가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일제로부터 핍박받는 상황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1934년 한국의 재래 민담과 동화 등을 프랑스어로 번역, 현지에서 출판한 '거울, 불행의 씨앗'(Miroir, cause de malheur et autres contes coreens)이 발견됐다. 이 작품집은 명지대 부설 한국학 관련 문헌연구소인 LG연암문고가 최근 입수해 공개한 것.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불(駐佛)통신원으로 활동했던 서영해가 1929년 소설 형식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소개한 '어느 한국인의 삶과 주변'(Autour d'une vie corenne)을 프랑스어로 쓴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민담.동화를 모아 번역, '거울…'을 출간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작품집에는 표제작 '거울, 불행의 씨앗'을 비롯해 '심청(Sim-Tchum)''흥부놀부(Hungbou-Norbou)''토끼간(Le foie du lapin)' 등 친숙한 이야기는 물론 '부정한 여인(Femme infidele)''비극의 수수께끼(Une enigme tragique)' 등 생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35편의 민담.동화.노래 등이 실려 있다.

머리말에서 그는 "'프랑스어로 책을 내는 모험을 강행한 이유는 폭력에 희생당하는 2천3백만 한민족의 고통을 알리면서 서양과 동양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서영해는 이어 "한국은 극동의 정치.문화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스위스.오스트리아.벨기에.네덜란드 그리고 통합된 덴마크만큼 큰 나라로 중국어.일본어와는 전혀 다른 단순하고 완벽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한 나라의 역사는 상황에 따라 고쳐지는 동화와 노래의 역사라는 점에서 이 작업의 의미는 크다"고 밝혔다.

서영해는 부산에서 태어나 3.1운동에 참가했다 검거망을 피해 중국 상하이를 거쳐 프랑스로 유학했다. LG연암문고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명지대 사학과 김차규 교수는 '거울…' 출간이 "문학을 통해 유럽에 한국을 알리려고 했던 최초의 시도 중 하나"라고 평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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