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알파고'의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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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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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44~56)=백44로 한 점을 잡아두자, 흑은 45, 47로 우하귀에 생명줄을 연결했다. 커제 9단은 기다렸다는 듯 백48로 흑 집을 부수러 간다. 상대가 내 집을 침투한 대가다.

여기서 잠시 계산서를 내보자. 중반에 접어드는 지금, 흑이 우변에서 뭔가를 열심히 한 것 같지만, 실속이 없다. 우변의 흑 석 점이 곤마인데다, 백48로 양측의 집 손해도 엇비슷해졌다. 프로의 바둑은 놀랍게도 이처럼 흑백의 균형점을 기계적으로 맞춰나간다.

이때 나온 흑49는 '알파고'의 흔적. 알파고 등장 전까지 프로기사들은 흑49, 51처럼 상대의 집을 굳혀주는 게 득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 수법을 선보인 뒤로는 먼저 교환해두는 게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지금 상황에선 상변 흑 두 점을 보강하는 효과도 있어 적절한 수순이다.

참고도

참고도

이제 미결수로 남겨둔 우변 흑 석 점을 움직여야 할 때다. 이 9단은 흑53으로 우하귀 백마를 위협해 본다. 그런데 백54로 탈출을 도모할 때 나온 흑55가 완착. 박영훈 9단은 "흑이 상변에 두는 대신 계속 우하귀 백을 공격해야 했다"고 말한다. '참고도' 흑1, 5, 7로 공격했더라면 백마의 숨통을 죌 수도 있었다. 흑의 추궁이 느슨해진 사이, 커제 9단은 백56으로 재깍 반격에 나서는데….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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