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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m 상공 123층에 ‘한옥 창틀’ 입혔지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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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롯데월드타워 최상층 123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한 양태오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장자리 통창을 따라 바를 설치해서 서울을 한눈에 감상하도록 했다. [전민규 기자]

롯데월드타워 최상층 123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한 양태오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장자리 통창을 따라 바를 설치해서 서울을 한눈에 감상하도록 했다. [전민규 기자]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꼭대기 123층은 지상에서 550m 상공에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한눈에 들어오는 123 라운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층 라운지 #선·면만으로 구름 위 서울 표현 #가구 디자인도 단순한 한국미로

짙은 색의 대리석과 황동색 벽, 골드 컬러의 조명과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들로 꾸며진 이곳 123 라운지를 디자인한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36)씨다. 미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세계적 디자이너인 마르셀 반더스의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한국에 돌아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브라이덜 라운지,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뉴얼, 용평 스키리조트 디렉팅 등 굵직한 공간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양씨는 “123층 건물에서 123층 공간을 디자인 한다는 건 마치 케이크 위에 체리장식을 올리는 것 같다”며 “그만큼 어렵지만 행복하고 뿌듯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공간에 한국적인 색을 잘 입히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의 집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전통 한옥이다. 123 라운지 작업을 의뢰받을 때도 그는 집에서 미팅을 가졌다. 클라이언트인 롯데 담당자는 양씨에게 ‘한국적인 것을 모던한 감성으로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롯데월드타워는 한국적 곡선미를 지닌 도자기와 붓의 형상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이다. 양씨는 “한옥 창틀의 반듯한 직선과 빛에 따라 생겨나는 부드러운 그림자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내에 사용한 색과 디자인도 단순하다. “선과 면으로만 구성된 가구 디자인으로 동양적인 단순함을 반영했다”며 “가느다란 직선이 둥근 형태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로 디자인해 이 공간처럼 하늘에 구름이 떠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씨는 최근 영국의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도 협업했다. 매년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 한 명과 침대를 만드는데, 2017년의 디자이너로 그가 선발됐다. 사보이어는 유럽 왕족이 사용하는 명품 침대 회사다. 침대 하나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 양씨는 이번에도 한국적인 모티브를 담아 디자인 했다고 한다. 침대 헤드보드에 정월대보름과 강강술래 등의 보름달을 기념하는 한국 전통문화를 담았다. 이 침대는 2017년 런던 디자인위크에서 톱 10 디자인으로 뽑혔다.

양씨는 한국적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공간에 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완성한 베이징 한국문화원의 VIP 접견실 공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이 공간의 콘셉트는 한국의 전통 접객 문화인 다례(茶禮)다. ‘차를 통해 예절을 갖춘다’는 뜻으로 차로 마음 수련을 하는 일본의 다도, 차를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중국 다예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문화다.

양씨는 예부터 집 주인의 취향과 품격을 드러내는 서재로서 역할을 했던 사랑방에서 다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사랑방의 필수 요소인 사방탁자, 사군자, 문방사우 등을 구성하고 다기와 다식 등을 준비했다.

양씨는 최근 한식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고 있는 ‘코리안 컨템포러리’에 생각이 많다. 그는 “콘솔이나 사이드 테이블 대신 머릿장이나 문갑 등의 한국 가구를 들여놓고, 민화를 모던한 액자에 넣어 걸어두는 것도 일상의 실천 방법”이라며 “우리나라 가구·소품들은 어떤 공간과도 잘 어울리는 DNA를 가지고 있으니 겁내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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