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워드·우즈·지터 … 차별 이겨 큰 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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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

데릭 지터

타이거 우즈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물었다.

"타이거, 당신의 혈통은 무엇입니까?"

"나의 혈통은 … 캐블리네시안(Cablinasian)입니다."

캐블리네시안?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우즈는 자신의 아버지가 백인(Caucasus)과 흑인(Black), 아메리칸 인디언(American Indian)의 피가 섞인 흑인이며 어머니는 아시아인(Asian.태국)이라는 사실을 재치있게 네 가지 인종에서 각각 글자를 따와 합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우즈는 북부 게르만인(스웨덴)의 피를 가진 아내(엘린 노르데그렌)와 결혼했다. 그래서 자신의 2세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차일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즈는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강하게 드러내 놓고 말한다. 지금껏 자신의 피부색이나 혼혈 여부에 대해 차별적 시선을 보낸 사람들을 향한 반격의 몸짓이다.

우즈(골프)와 데릭 지터(야구), 그리고 수퍼보울의 영웅 하인스 워드(미식축구).

이들의 공통분모는 혼혈 스포츠 스타다. 그리고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혼혈인이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한때 기피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곧 극복의 대상이 됐고, 그 과정을 통해 남보다 더 강한 정신력과 의지를 얻었다. 우즈가 그랬고, 워드가 그랬다. 그들은 학교에서 따돌림 받은 적도 있고, 자신을 낯설게 쳐다보는 시선을 따갑게 받기도 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세계 정상의 스포츠 스타가 됐다.

섞임. 그리고 나눔.

이들 수퍼스타는 주위를 돌아보고 나눔에 인색하지 않다. 우즈가 만든 '타이거 우즈 파운데이션'은 스포츠스타가 운영하는 자선 재단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아버지 얼 우즈가 이사장이다.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지터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섹시 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다. 1974년 뉴저지에서 흑인 아버지 찰스 지터와 아일랜드계 백인 어머니 도로시 코너 사이에서 태어난 지터는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활발한 봉사활동을 한다.

그가 1996년 설립한 '턴 투(Turn Two.병살플레이의 미국식 표현) 파운데이션'은 이제까지 5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사회 활동에 썼다.

워드도 곧 어머니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워드는 흑인 커뮤니티의 크리스천 장학봉사단체 '파이 베타 시그마(Phi Beta Sigma)'의 회원으로 조지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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