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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남편의 폭언, 산후우울증 가능성 5배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임신 중 폭언에 시달리면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포토]

임신 중 폭언에 시달리면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포토]

임신한 여성이 폭언 등 심리적인 가정폭력에 노출될 경우, 산후우울증에 시달릴 확률이 5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팀 조사 결과, 임신 중 남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거나 욕설을 자주 들은 여성의 경우 전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산후우울증 의심 증상이 4.85배 높게 나타났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4일 전했다.
또 신체적인 폭력을 입은 임부는 산후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약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욕 당하거나, 욕설 들으면 확률 커져 #임신 중 신체폭력 당하면 7배나 높아져 #한국 여성 90% 느껴…상담·치료는 2.6% #일본 정부는 4월부터 진단 검진비 지원

산후우울증에 걸리면 쉽게 기분이 나빠지고 불면,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심할 경우 아동학대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출산 여성 10명 가운데 1명이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구보건협회가 전국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0%가 ‘산후우울증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겪었고,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다.

사정이 이런 데도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극히 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49세 기혼여성 1776명 중 산후우울증 진단·상담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46명)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출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산후우울증 진단비 지원을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산후 2주일과 1개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최대 5000엔(약 5만2000원)의 검진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분담한다.
후지와라 다케오(藤原武男) 도쿄의과치과대 교수는 “심리적인 가정폭력은 스스로 찾기 어렵다. 남편은 자각 없이 부인을 부정하는 말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임신 중일 때는 특히 대화 시, 부인에게 정신적으로 신경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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