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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설 타격해도 개입 안 하겠다'는 중국 환구시보 보도에 정부 "북중 금기 건드린 대북한 압박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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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2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부의 외과수술식 타격에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해 중국이 단호한 북핵 억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북한에 동시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최근 환구시보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추가도발시 원유 공급 축소 조치를 해야 한다거나 미국의 군사조치도 정도나 수준에 따라서는 용인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두 가지 모두 그동안 북중관계에서 터부시하던 금기를 한참 넘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통화, 트위터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압박한 데 대한 중국의 반응이자, 북한을 향해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주 한국에 왔을 때 ‘북한이 미·중의 강한 경고에도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대북한 양자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가 소식통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결정 때 봤듯이 환구시보가 감정적인 톤의 보도를 여과없이 하는 경향이 있어 가감해서 들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취하는 정책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한다고 할지라도 제한적인 형태이면 군사개입을 안 하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북한에 대한 어마어마한 압박”이라며 “북한이 중국의 이익에 반해 도발을 할 경우 이는 1961년 체결한 북중 우호조약상 보호 대상이 아니고 중국이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또 “인민일보가 아닌 환구시보의 형태로 나온 메시지이지만, 중국이 그간 환구시보를 외교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은 이번주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중국 측의 이런 정책 방향과 북한의 반응 등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예정이다. 25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예정돼 있다. 사흘 뒤에는 뉴욕에서 3국 외교장관들이 만난다. 28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과 비확산’을 주제로 한 회의가 계기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이은 한·미·일 간 고위급 접촉은 중국의 북한 압박 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 향후 미국의 대응방향이 무엇일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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