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도 파업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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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노동관계법안이)노동계 편향으로 가면 기업도 스트라이크(파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하는 기업의 파업이란 길거리 투쟁이 아니라 국내에서 벌이는 사업을 접고 해외로 떠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의미의 기업 파업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4365건에 64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 이뤄졌을 투자가 그만큼 해외로 새 나갔다는 얘기다. 특히 밖으로 나가는 기업은 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업종이다. 국내에선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줄줄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데는 불안정한 노사관계 탓도 있지만 국내의 고임금을 견디지 못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나갈 유인이 많은 기업이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와 격렬한 노사분규에 직면하면 미련 없이 짐을 쌀 것이란 점이다.

경총이 문제 삼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43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고 이 가운데 40조원은 중소기업이 떠안을 판이다. 그러고도 국내에서 버틸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그 결과는 총체적인 일자리 감소다. 비정규직의 대우를 향상시키겠다는 의도가 일자리 자체를 빼앗는 비극을 낳는 것이다. 노동계가 지나친 요구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어제 퇴임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불합리한 노사관계의 재정립을 강조하면서 "노동계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의 발언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너무 지나친 표현을 동원했다는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