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옆에 이승만·박정희 흉상 세우겠다고?-동구청 "막을 것"

중앙일보

입력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세우겠다는 단체를 부산 동구청이 설득하고 나섰다.

소녀상 설치 반대 '진실국민단체' 21일 소녀상 옆에 흉상 세우겠다고 밝혀 #부산 동구청은 "물리력을 써서라도 설치 막을 것" 강경입장 #지난 19일 주 부산 일본 총영사, 박삼석 동구청장 만나 소녀상 이전 또 압박

‘진실국민단체’는 21일 오후 3시 소녀상 바로 옆에 이승만·박정희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 단체  최모(36) 대표는 “영사관 앞 소녀상이 불법으로 설치됐는데 동구청이 이를 묵인한 채 철거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면 소녀상 옆에 흉상을 놓는 것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1월부터 소녀상 주변에 일본을 찬양하거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문구를 적은 불법 유인물을 붙여 소녀상을 설치한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었다. 소녀상 옆에 각종 쓰레기를 갖다놔 동구청이 쓰레기를 치우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동구청은 최 대표를 만나 설득에 나섰다. 동구청 관계자는 “부산시의회에서 소녀상 보호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례와 법안 제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조례가 제정되면 소녀상은 더는 불법 점유물이 아니다. 흉상을 일본 영사관 앞에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설치를 막겠다는 게 동구청 입장이다. 흉상 설치 뒤 쏟아질 비난을 우려해서다.

한편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에 돌아갔다가 85일 만에 귀임한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주 부산 일본 총영사가 지난 19일 동구청장을 만나 소녀상 이전을 간접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남은 모리모토 총영사가 귀임 이후 동구청장에게 안부 인사를 하겠다며 만남을 제안해 이뤄졌다. 모리모토 총영사는 19일 오전 10시쯤 구청을 방문해 박삼석 동구청장과 2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총영사가 일본에서 부산 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며 “소녀상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동구청장 입장에 변화가 없지만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 지켜보자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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