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러 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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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달러 약세, 이만하면 되었다. 된 것이다.”

달러 가치 ‘바닥’ 쳤다 판단 #은행·증권사 달러상품 매수 늘어 #환전 시기 미리 정하는 서비스도 #고수익 원한다면 역외펀드 고려를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정이다. 지난해 말,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시장을 전망하면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예상했다. “상반기 원화가치가 달러당 1250원까지 떨어질 것”(삼성선물)으로 봤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기 부양책 및 세제 개편 등은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2017년의 3분의 1이 거의 지나가는 지금, 전망은 빗나갔다. 달러 가치는 올 초(1월 9일, 1달러=1208.3원)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3월 28일엔 1112.8원까지 하락, 1100원선을 위협했다.

◆달러 쌀 때 사놓자=전망과는 반대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매수세가 몰렸다. 이쯤이면 바닥이다 싶으니 쌀 때 사자는 심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들이 보유한 달러 예금 잔액은 102억3000만 달러다.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말엔 122억90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3개월 새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 넘게 늘었다.

1년짜리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약 1.3%다. 원화 정기예금은 금리가 최고 연 1.8%(전북은행, 19일 기준), 보통은 1.5% 정도다. 이자만 놓고 보면 달러 예금이 나을 게 없어 보인다.

달러 정기예금의 매력 포인트는 ‘환(換)차익’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는 1140.2원을 기록했다. 1년 뒤 1200원까지 간다면 달러값은 5.3% 오른 것이고 이자까지 더 하면 수익률은 연 7%에 육박한다.

달러 정기예금도 환차익을 포함해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게다가 이자수익을 뺀 환차익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달러가 예상과 달리 약세를 기록해 환차손을 봤다면 이 부분은 원금 보장이 안 된다.

환차익만을 집중적으로 노린다면 정기예금보다는 수시입출금 달러 통장이 낫다. 금리는 연 0.1% 수준이지만,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SC제일은행은 6월 말까지 ‘초이스외화보통예금’에 1000달러 이상 신규 가입하면 기본금리(0.1%)에 특별금리(0.9%포인트)를 더 얹어준다.

일부 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한 외화투자 전문 서비스를 활용하면 달러를 적기에 사고 팔아 환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마이딜링룸’은 인터넷과 모바일서 이용할 수 있고, 고객이 직접 환전 시점과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화가 달러당 1100원일 때 매수 주문을 하도록 하면 그 환율이 됐을 때 매수 계약이 체결된다. 체결 내역도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알려 준다.

◆달러로 펀드 투자= KEB하나은행이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달러투자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펀드’는 예금만큼 안전한데 금리는 예금보다 0.5%포인트 정도 더 높은 상품이다. 투자자는 원화가 아닌 달러로 펀드에 투자하고, 운용사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통안채와 은행채에 투자한다. 처음엔 최소 투자금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인 사모로만 팔다가 지난주엔 공모로도 팔았다. 또 공모 판매를 계획 중이다.

환차익에 더한 고수익까지 노린다면 역외펀드에 투자할 만하다. 가입도 쉬워졌다. KB국민은행은 최근 200달러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한 역외펀드 3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이일드채권펀드, 전환사채펀드, 인플레이션 연계채권펀드 등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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