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칼빈슨함, 한반도로 향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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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미 해군의 항모 칼빈슨함(CVN 70)이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 15일 미 해군의 항모 칼빈슨함(CVN 70)이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국이 지난 8일 북한 견제를 위해 한반도에 재배치했다고 알려져 있던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실제로는 한반도서 4800㎞ 떨어진 인도양에 있었다고 미국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그동안 칼빈슨함을 한반도 해역에 급파했다고 밝혀왔지만 이는 백악관과 미 해군 간의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는 것이다.

한반도로 향한다던 미국 측 발표와 달리 반대 방향으로 이동 #북한 태양절이던 15일 한반도서 4800㎞ 떨어진 인도양서 포착 #뉴욕타임스 "지휘체계 혼선에서 빚어진 미 정부의 실수" #미 국방부 관계자 "곧 한반도로 이동 시작…다음주 중 진입"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미 해군이 배포한 사진에서 칼빈슨함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 순다 해협을 지나고 있다"며 "이 사진에 따르면 칼빈슨함은 15일까지는 인도양에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의 핵 실험 조짐이 감지되자 한반도에 칼빈슨함을 보내겠다는 신호를 잇따라 보내왔다.지난 8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에 배치된 칼빈슨함을 북쪽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며 "이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실험과 핵 무기 개발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기자들에게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하는 중"이라고 말했고, 이어 12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인터뷰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에 아주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한다고 알려졌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15일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서 포착됐다. [이기준 기자]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한다고 알려졌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15일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서 포착됐다. [이기준 기자]

그러나 18일 WP의 보도에 따르면 칼빈슨함은 미국 측의 주장과 달리 싱가포르에서 북상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항해한 것이다.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칼빈슨함은 당초 인도양에서 예정돼 있던 호주군과의 훈련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핵 실험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15일에도 칼빈슨함은 한반도에서 약 4800㎞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완전히 속았다. 한국이 절박하게 기다리던 미 항모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일은 지휘 체계에서 작은 혼선이 잇따르면서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사령관이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를 실제 배치 예정 시기보다 너무 앞서 발표했고, 이를 잘못 이해한 매티스 장관이 "북상 중"이라는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언론에선 마치 칼빈슨함이 한반도에 급파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인도양에서 예정돼 있던 칼빈슨함과 호주군의 작전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칼빈슨함의 호주 방문이 취소됐던 것이며 인도양에서의 작전은 예정대로 실시됐다"고 밝혔다. CNN은 "미 국방부는 칼빈슨함이 인도양 작전을 취소하고 곧장 한반도로 향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미 해군은 인도양 작전을 마친 뒤에 한반도로 이동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NYT에 "한반도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정부가 잘못된 성명을 내고 있었음에도 왜 국방부가 바로잡으러 나서지 않았는지 매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칼빈슨함의 진로에 대한 미 언론의 질문에 응답을 거부했다.

18일 미 국방부 관계자는 "칼빈슨함이 24시간 이내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이 해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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