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유고시집 소금이 빛나는 아침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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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다리는 그것으로/목이 마르고//무한의 저편에서/맺히는 물방울//…//기다리는 그것으로/밤이 새고//무한의 저편에서/풀려버리는 물방울』(『물방울』중에서) .
지난 78년 3월 어느 봄날 구름에 달 가듯이 우리 곁에서 떠나간『나그네』의 시인 박목월 (본명 영종)의 미발표작품 62편을 모은 박목월 유고시집 『소금이 빛나는 아침에』가 고인의미망인 유익순씨에 의해 묶어져 나왔다. 문학사상사간.
내년 목월의 타계 10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 시집은 생전에 자신의 시에 지나치게 엄격했던 목월이 남긴 시작대학노트 5백권 속에 묻혀 있던 원고들을 유여사와 목월의 장남 박동규 교수 (서울대· 문학평론가)가 10년 가까이 걸친 작업 끝에 뽑아 낸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 조지훈·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러졌던 목월은 『배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월한 향토적 서정시인이었으나 70년대 들어서는 인간의 내면과 삶의 쓸쓸한 질서에 깊이 천착했었다.
원고 끝에 집필일자를 써놓지 않아 연대순 정리가 불가능했던 이번 유고시집에는「인생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를 쓰시노라고 언제나 마루를 밟으며 늦은 밤을 서성거리던 목월 시인이 남기고 가신 유고를 정리하면서 아름답고 선량한 마음의 세계는 언제나 살아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미망인 유여사는『시인의 아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를 고인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고시집을 읽어 본 김용직교수(서울대· 문학평론가)는 『질 좋은 서정시만이 지니고 있는 「정서의 파장」과 목월이 아니면 드러낼 수 없는 내밀한 시의 미덕들과 재회하게 되어 기쁘다』며 『그의 부고를 받고 가까운 문우들끼리 빈소를 찾아가 밤새 통음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이 지났다』고 목월에 대한 회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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