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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개헌 축하해" 트럼프 부적절한 전화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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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터키 대통령에게 17일(현지시간) 축하 전화를 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부정선거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터키 정부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 무기 공격을 포함한 시리아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트럼프는 터키의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개헌 투표로 장기집권 예고 #야권 반발, 부정투표 논란 등 국제사회 골칫거리 #트럼프 축하 전화는 미 국무부 공식 입장과도 달라

하지만 터키 정부가 밝힌 트럼프의 통화 내용은 터키가 시민의 기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 미국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나,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참관단의 성명과는 톤이 다르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역시 OSCE의 일원이다.

OSCE는 터키의 국민투표가 국제 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터키 언론이 야당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진 경기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터키 전문가 마이클 워즈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논란 때문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선거 참관인의 최종 보고서가 완료될 때까지는 미 행정부가 터키의 국민투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개헌안 국민투표 결과 찬성 51.4%를 얻으며 '21세기 술탄(이슬람권 종교 권위자 겸 최고통치자)'에 등극했다. 기존의 의원내각제를 강력한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인데, 이에 따르면 2019년 대선에 출마하고 5년 중임에까지 성공할 경우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고, 의회 승인 없이 부통령과 장관을 임명할 수 있으며, 사법부 인사권까지 갖는 초법적인 존재가 된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를 지낸 뒤 헌법을 개정해 2014년 직선제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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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중동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핵심 동맹이고, 시리아 난민을 일차적으로 수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방 국가에선 에도르안이 '독재가'가 되어가는 걸 보면서도 대놓고 막아서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하지만 터키의 민주주의가 마냥 훼손되어가는 걸 방관하기도 어렵다. 트럼프의 축하 전화가 논란이 되는 까닭이다. 

터키 의회 의원 출신인 아이칸 에드미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애널리스트는 WP 인터뷰에서 "개헌 반대표를 던진 이들(48.7%)은 친서방, 친세속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서방 세계가 에르도안을 받아들이면 터키의 나머지 절반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EU가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기 위해 터키와 동맹을 맺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단순히 전술상의 군사적 동맹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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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이번 개헌안에는 EU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사형제도가 포함되는 등 비민주주의적이고 퇴행적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나토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 공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번 개헌안으로 터키가 나토에서 축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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