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 이후 후보들끼리 복지 공약 베끼기가 성행하더니 이번에는 쌍둥이와 진배 없는 것이 많다. 보수·진보 구분도 없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성 공약도 다수 눈에 띈다. 4년 전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기초연금이 10만원씩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본지와 한국사회보장학회(회장 서울대 구인회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동으로 주요 대선 후보 5명의 복지 공약을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이 총괄 평가를 맡았고 노후준비·의료·고용·재원방안 등 6개 분야 전문가들이 나섰다.
아동수당도 문 후보는 5세 이하, 안 후보는 소득하위 80% 가정의 11세 이하, 심 후보는 고교생 이하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홍 후보는 소득하위 50% 이하 가정의 초·중·고생에게 1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내걸었다.
모든 후보들이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폐지 또는 완화 ^최저임금 1만원(현재 6470원) ^실업급여·육아휴직 기간과 수당 확대 ^캐디 등 특수고용직 고용·산재보험 적용 등을 내걸었다.
오건호 위원장은 “조기 대선임을 감안해도 공약이 너무 늦게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6개월 전에 내놓고 검증을 받는다”며 “준비가 덜 되다 보니 수준이 너무 세고 비슷하며 복지의 총론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 있는 공약 수두룩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후보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현재 45.5%) 인상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위원은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소득의 17%(현재 9%)로 올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후보의 국민연금 50만~80만원 보장 공약 관련, “소득상한선(434만원)을 올려(보험료 인상) 조달하겠다는데 이게 불가능할뿐더러 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한국사회보장학회 대선 복지공약 평가 #늦깎이 공약 쏟아내면서 차별화 실종 #포퓰리즘 공약 투성이 #선진국처럼 6개월 전 내서 검증받아야 #윤석명 박사, 문 후보 국민연금 공약 두고 #"크레디트 확대 긍정적이지만 #연금액 올리려면 보험료 17% 내야" #김진현 교수, 의료 공약 관련 #"문·홍 후보의 저소득층 의료비 보장 적절 #유·심 후보 건보보장률 80% 하려면 #보험료 30% 인상해야" #김태일 교수, 재원조달 방안 관련 #"문·안 후보 일자리예산 17조원 #조정해서 마련하는 것은 말 안 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후보가 실업급여 확대를 공약했는데 현재 취업자의 46%만 고용보험에 가입했고, 육아휴직도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가 주로 이용한다”며 “두 가지를 늘리면 사각지대에 처한 비정규직·중기근로자와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후보가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또는 완화를 공약했는데, 연 10조원 넘게 들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따져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약 실현에 최소 20조원이 드는데 현재 나온 대책으로는 5조~6조원 밖에 조달할 수 없다”며 “문·안 후보가 일자리 예산 17조원을 조정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청년복지에 쓴다는데 이 돈은 이미 실업급여·출산(육아휴직)수당·사회보험료 지원 등에 쓰고 있어 조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