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 관광 중단? "북한 관광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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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든, 북한이든, 중국 국민들의 한반도 방문은 안된다고?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올초부터 자국 국민들의 한국 여행을 자제토록 했다. 이어 최근엔 북한 방문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대북 제재 일환 대북 관광 중단 說 #사드로 한국 관광 중단 조치 이어 한반도 땅 밟지 마라? #베이징 본사 둔 영국계 '고려투어' "관광 계속될 것" #에어차이나 평양 노선 중단, 고려항공이 이득볼 수도

이미 일각에선 중국 정부 당국이 중국 여행사들에게 이미 북한 관광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고, 단둥(丹東) 등 국경지역에서 진행하던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북한 여행 중단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일 경우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중국이 동조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와 당국자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자국 국민들이 한국은 물론 북한, 즉 한반도 땅을 밟지 말라고 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당국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단체와 개인을 모아 북한 관광을 알선하는 ‘고려투어’는 17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북한 여행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축소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투어' 홈페이는 17일 현재 오는 25일 평양에서 진행하는 창군기념일 참관 여행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 고려투어 홈페이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투어' 홈페이는 17일 현재 오는 25일 평양에서 진행하는 창군기념일 참관 여행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 고려투어 홈페이지]

이 여행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북한 인민군 창건 기념일 행사(25일) 참관을 위해 24일부터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3박 4일 일정에 1290유로(156만원)이다. 개선문, 만수대언덕, 주체사상탑, 노동당창건기념탑, 외국문출판사, 김일성광장, 지하철탑승, 개성, 판문점, DMZ 방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3박4일, 7박8일 등 5월부터 23차례의 북한 관광 프로그램도 예정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투어'는 올해 24차례(오는 25일 창군기념일 참관 행사 포함)평양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사진 고려투어 홈페이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투어'는 올해 24차례(오는 25일 창군기념일 참관 행사 포함)평양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사진 고려투어 홈페이지]

고려투어는 1993년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북한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영국계 여행사다. 영국인 사이먼 코커렐(Simon Cockerell)이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당국의 한반도 관광 자제령이 외국계 여행사에도 적용되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례를 볼 때 중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이상 외국인 소유의 여행사라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7일 중국 서우두 국제공항 홈페이지의 평양 운항 스케쥴. 스케쥴상 중국국제항공공사(에어차이나)가 월 수 금요일 운항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날 출발 상황을 확인한 결과 평양으로 떠난 에어 차이나(CA121) 항공기는 없었다. 대신 고려항공(JS151)기가 평양으로 떠났다. [사진 중국 서우두 국제공항 홈페이지]

17일 중국 서우두 국제공항 홈페이지의 평양 운항 스케쥴. 스케쥴상 중국국제항공공사(에어차이나)가 월 수 금요일 운항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날 출발 상황을 확인한 결과 평양으로 떠난 에어 차이나(CA121) 항공기는 없었다. 대신 고려항공(JS151)기가 평양으로 떠났다. [사진 중국 서우두 국제공항 홈페이지]

중국의 이같은 조치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인지는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앞서 중국은 자국 항공사(중국국제항공공사, 에어 차이나)의 평양~베이징 노선 운항을 중단했는데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의 이 구간 운항횟수는 오히려 늘어나 고려항공의 수입만 올려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고려항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고려항공은 평양과 베이징 노선을 주 2회(화, 토) 운항했다. 월, 수, 금요일은 중국의 에어 차이나가 다녔다. 하지만 에어 차이나가 운항을 중단하면서 고려항공은 운항횟수를 주 5회(월, 화, 목, 금, 토)로 늘렸다. 현재 개편중이라는 안내를 하고 있는 고려항공 홈페이지는 이날 접속이 되지 않고 있지만 서우두 국제공항 홈페이지는 이날 낮 12시(현지시간) 고려항공이 출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지난달 운항이 없었던 월요일에 고려항공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용자 감소'를 이유로 자국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지만 고려항공의 운항이 늘어난 건 제재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항공 노선은 이용객들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있고 고려항공도 때로는 주 2회, 주 3회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 왔다”며 “다만, 특별히 승객이 늘어난 경우를 제외하곤 고려항공과 에어차이나가 서로 다른날 운항을 해 온 만큼 이번 중국 항공기 운항 축소가 제재 차원에서 이뤄졌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항공의 비행 스케쥴을 공개했던 고려항공 홈페이지는 이달 초부터 개편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서비스를 중단했다. 고려항공의 베이징 노선등 노선 조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고려항공 홈페이지]

고려항공의 비행 스케쥴을 공개했던 고려항공 홈페이지는 이달 초부터 개편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서비스를 중단했다. 고려항공의 베이징 노선등 노선 조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고려항공 홈페이지]


정용수·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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