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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술탄’ 꿈꾸는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세기 술탄’을 꿈꾸는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은 과연 누구일까.  


16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이 국민 투표를 통해 통과됐다. 현재 터키 대통령인 에르도안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가디언 캡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가디언 캡처]

이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에르도안 대통령이 누구인지, 또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인지에 대해선 잘 알려진 바가 없다.

터키,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안 국민 투표에서 통과돼 #절대 권력자 된 에르도안 대통령에 안팎에서 우려 쏟아져

에르도안은 1954년 2월 터키 흑해 연안에 있는 가난하고 보수적인 동네에서 태어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가 “선장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고 보도했지만, 해안경비대 소속이었다고 전하는 매체도 있다.

확실한 건, 교육열이 높았던 그의 아버지가 자녀들을 이끌고 대도시 이스탄불로 이사를 왔다는 사실이다.
에르도안이 13세 때였다.
이곳 이슬람 학교에서 공부하며 그는 “길거리에서 레모네이드와 빵을 팔며 용돈을 버는 한편, 카슴파샤 축구팀에서 선수로 활약”(BBC)하는 10대 시절을 보낸다.

이후 이스탄불에 있는 마르마라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터키의 근현대를 지배한 '세속주의(정교분리)' 속에서 성장한 에르도안이 언제, 어떻게 이슬람주의를 정치노선으로 선택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그가 이슬람주의 정치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0대 후반 이후 이슬람주의 정당인 민족구원당에 몸 담으면서다. 

그러나 1922년 건국 당시부터 세속주의를 국가 운영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는 터키에서 이슬람주의 정치가로 활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민족구원당이 1980년 군부에 의해 해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에르도안은 굴하지 않았다.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한 전 터키 총리 네흐메틴 에르바칸이 이끄는 복지당에 합류해 입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이 시기 에르도안은 당내에서 꾸준히 입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복지당 역시 이슬람주의 정당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의 터키 사회 분위기는 이전과 좀 달랐다.
세속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터키인들의 반감이 조금씩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복지당은 승승장구했고, 1994년 복지당 후보로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 출마한 에르도안은 승리를 거둔다.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또 종교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세속주의를 수호하려는 군부가 1997년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복지당은 해체된다.
에르도안도 타격을 받아 1999년 수감된다.
종교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석방 후 그는 2001년, 동료들과 함께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2002년 총선에서 크게 승리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2003년 마침내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가디언 캡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가디언 캡처]

그가 총리로 취임하자,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전하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도 계속 올랐다.
그의 취임 이후 10년간 터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를 기록했다.
“에르도안이 총리로 재임하던 시기, 터키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낙후된 인프라가 개선됐으며 의료 정책 또한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그는 2007년, 2011년 총선에서 연이어 정의개발당을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11년간 총리를 지낸 후에도 에르도안의 야망은 끝이 없었다.
그는 총리 임기가 끝나가던 2010년, 국민 투표로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꾼다.
에르도안은 2014년 터키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터키 최고의 권력가로 자리매김하며 그는 점점 민주주의와 멀어져갔다.

현재 터키에선 대통령 모욕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를 풍자한 글을 SNS에서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받는다. 

외국인도 그 퍼런 서슬을 감당하기 어렵다. 

전세계 언론이 에르도안을 비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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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그의 ‘이슬람주의’에 반발하며 세속주의를 지향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에르도안은 이를 강력히 진압했다. 

‘관련자’란 미명 하에 무수한 이들이 처벌됐다. 

국제 사회의 비난은 점점 더 커졌다.  

영국 BBC는 “에르도안은 터키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지지를 받았지만,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루며 조금의 독설과 모욕도 용납하지 않는 독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터키에선 언론의 자유가 없어 수많은 언론인이 수사를 받고 재판중이며, 외국 기자들 또한 괴롭힘을 당하고 추방당했다”고 꼬집었다.  

2017년 4월 16일, 개헌안 통과로 에르도안에겐 장기 집권의 길이 활짝 열렸다.    
에드로안은 1979년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4명의 자녀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로 알려져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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