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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시민 ‘3년 세월의 눈물’도 닦아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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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종길 경기도 안산시장(맨 왼쪽)의 매주 월요일 첫 일정은 세월호 합동분향소 방문이다. [사진 안산시]

제종길 경기도 안산시장(맨 왼쪽)의 매주 월요일 첫일정은 세월호 합동분향소 방문이다. [사진 안산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경기도 안산시에 닥친 대재앙이었다. 희생자 304명 중 무려 246명이 안산 단원고 학생이었다. 이후 공업도시였던 안산은 ‘추모’의 도시가 됐다. 봄철이면 벚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리던 화랑유원지엔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들어섰다. 거리 곳곳엔 노란색 추모 현수막이 걸렸다. 3년째 같은 모습이다.

세월호 수습 앞장 제종길 시장 #“시민들 인내로 유가족 아픔 함께해 #정부가 참사 실체적 진실 밝혀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제종길(62) 안산시장은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며 “불편하고 힘들어도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과 상처받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제 시장은 안산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소식을 듣자마자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그는 “해양생태학자(이학박사·한국수중과학회 회장)이자 잠수전문가로서 경력이 구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회고했다. 그해 7월 시장에 당선되자 처음 찾은 곳은 합동분향소였고, 그 다음이 진도였다. 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를 빼곤 지금도 매주 월요일 첫 일정은 분향소 방문이라고 한다. 시신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곳에도 매달 한두 차례 방문한다. 제 시장은 “나도 자식을 가진 부모라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빈다”고 했다.

제 시장은 시 차원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생활안정자금과 심리 치료 등 지원 대책을 내놨으며, 시 산하에 참사 수습을 위한 전담 기구인 ‘세월호 사고 수습 지원단’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목포에 안산시 공무원 2명이 파견 나가 업무를 보고 있다. 매년 4월을 추모의 달로 지정해 희생자를 기리고 참사와 관련된 기록물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4·16 세월호 참사 안산시 백서』와 지난 1월 나온 『2014 안산의 기억』이 그 결과물이다.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안산 시민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사고 이후 안산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상가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었고 시민들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여행·유흥 등 일부 지역 산업은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에서 노란 리본을 떼고 분향소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 시장은 “시민들의 인내와 배려로 유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이겨내고 있지만 세월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 등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부정적인 인식과 경기침체로 다들 힘겨워한다”고 털어놨다.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엔 피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나 국립트라우마센터·복합시설 건립, 추모시설 조성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 시장은 참사로 인해 피해를 본 진도 군민들에 대한 미안함도 커서 진도 해산물 팔기 운동도 벌였다. 그는 “정부가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희생자 가족과 안산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정부가 피해 지역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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