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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인 규명해 세월호 유가족과 안산의 눈물 닦아줘야"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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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경기도 안산시에 닥친 대재앙이었다. 희생자 304명 중 무려 246명이 안산 단원고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공업 도시였던 안산은 '추모'의 도시가 됐다. 봄철이면 벚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리던 화랑유원지엔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들어섰다. 거리 곳곳엔 노란색 추모 현수막이 걸렸다. 3년째 같은 모습이다. 

 참사 3주기를 맞아 중앙일보와 만난 제종길(62) 안산시장은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며 "불편하고 힘들어도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과 상처받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 [사진 안산시]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 [사진 안산시]

 2014년 4월. 당시 그는 안산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만나 얼굴을 알려야 할 시기였지만 참사 소식을 듣자 곧장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해양생태학자(이학박사·한국수중과학회 회장)이자 잠수전문가인 자신의 경력이 구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그는 바다로 나가 사고 현장을 살피며 해양수산부 등에 구조와 사고수습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안산과 진도를 오가며 선거운동을 했다. 안산에 있을 때는 하루의 첫 일정을 합동분향소에서 시작했다. 시장에 당선되자 처음 찾은 곳도 합동분향소였고 이어 바로 진도로 향했다.  


 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를 빼곤 지금도 매주 월요일 첫 일정은 분향소 방문이라고 한다. 시신 미수습자 가족이 머무는 진도·목포 등도 매달 1~2차례 방문한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싶어서다. 제 시장은 "나도 자식을 가진 부모라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제 시장은 매주 월요일 첫 일정을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 방문으로 시작한다. [사진 안산시]

제 시장은 매주 월요일 첫 일정을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 방문으로 시작한다. [사진 안산시]

 이런 마음은 각종 지원 사업으로 이어졌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생활안정자금과 심리 치료 등 지원 대책을 내놨다. 


시 산하에 참사 수습을 위한 전담 기구인 '세월호 사고 수습 지원단'도 만들었다. 이들은 희생자 가족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 돕는다. 현재도 목포에 2명의 안산시 공무원이 파견나가 있다.

세월호 참사로 공업도시에서 추모 도시된 안산시 #제 시장, 후보시절 참사 소식 듣고 곧장 진도로 #선거 운동보다는 사고 수습 등에 역할 #취임 후에도 희생자 가족 지원 정책 내놔 #"참사 피해 본 진도 군민에게도 미안해"

 매년 4월을 추모의 달로 지정해 희생자를 기리고 참사와 관련된 기록물을 정리하는 등 각종 추모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결과물 중 하나가 지난해 2월 발행된 『4·16 세월호 참사 안산시 백서』와 지난 1월 발간된 『2014 안산의 기억』이다. 또 통·반장과 이웃 주민,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산시가 펴낸 세월호 참사 기록물. 최모란 기자

안산시가 펴낸 세월호 참사 기록물. 최모란 기자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안산 시민들에게도 상처였다. 참사 이후 안산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상가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었고 시민들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현재는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여행·유흥 등 일부 산업은 어렵다. 그래서 일각에선 "시에서 노란 리본을 떼고 분향소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 시장은 "시민들의 인내와 배려로 유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이겨내고 있지만 세월호에 대한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등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부정적인 인식과 경기침체로 다들 힘겨워한다"며 "사고 수습과 함께 피해자와 피해 지역을 위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명시된 피해지역의 경제활성화나 국립트라우마센터·복합시설 건립, 추모시설 조성 등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제 시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로 피해를 본 진도 군민들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그래서 2014년 7월 시장 취임 후 첫 휴가를 진도에서 보내고 진도 주민들을 안산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진도 해산물 팔기 운동도 벌였다.

"우리 시가 낸 사고는 아니지만 진도 주민들의 피해가 큰데다 생존자 구조에도 많은 도움을 준 만큼 피해자들을 대신해 조금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빈다"며 "정부가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분명히 밝혀 희생자 가족과 안산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제종길 안산시장은?

=1955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 건국대 생물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도시와 자연연구소 소장, 한국생태관광협회 공동대표, 인천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다 2014년 7월 민선 6기 안산시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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