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념 앞세워 21조 원전 수출 막는 국회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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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무소속 국회의원 28명이 참여한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이 최근 한국전력에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참여 중단을 요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사업비 150억 파운드(약 21조3000억원)의 이 원전 수출 프로젝트가 “문재인·안철수 등 주요 대선후보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전을 압박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발전 규모 3.8GW의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건설수주액 186억 달러(약 21조186억원)를 넘어선다. 바라카 원전 60년 발전소 위탁운영 계약도 따내면서 494억 달러(약 55조82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데 이는 자동차 228만 대, 휴대전화 5200만 대 수출과 맞먹는 경제효과라고 한다.

한국은 이를 공사비 증가 없이 정해진 시기에 완공해 세계 수준의 원전 건설 실력을 입증했다. 원전은 우리가 상당한 자체 기술·경험을 확보한 국가적 ‘지적자산’이다.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한 공기업과 기술력 있는 민간업체, 그리고 금융기관이 손잡고 해외에 동반 진출하면 새로운 미래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우리의 잠재력을 활용하면서 중소·중견 협력업체 등에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을 취업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국회 차원에서 이런 사업을 적극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섣부른 정치 논리나 탈원전 이념을 앞세워 참여 중단을 요청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발상인가.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 공기업의 수출 사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부터 유권자의 눈길이 곱지 않다.  

에너지는 종류별로 장단점·효율·환경영향이 서로 달라 합리적·효율적으로 종류별 비율을 정하는 ‘에너지믹스’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전체 에너지원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을 아예 배제하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탈원전을 해야 한다면 경제성과 환경을 조화시켜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에너지·환경 정책부터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