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오른팔'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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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갈색 피부, 짧은 곱슬머리, 특별 준비한 채식주의자용 점심 식사. 전형적인 인도인 인상의 아눕 굽타(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은 능란한 젓가락 놀림으로 식사를 하면서 "전 어릴 적부터 인도 사람이라기 보다 세계인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해외 근무(직업을 밝히진 않았다)를 많이 해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문물을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미국 유학 때 만난 일본여성과 결혼에 골인했고요." 인도계라서 미국에서 소수민족 느낌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과학기술 방면에선 내가 주류인 걸요"하며 웃었다.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11년간 교수를 지낸 그를 영입하려고 MS가 굽타의 벤처회사를 1997년 통째로 인수한 일은 유명하다. 그는 MS가 근래 주력하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에 대한 빌 게이츠의 신임은 각별하다.입사 직후 게이츠의 기술 보좌역을 지내면서 하루에 서너시간씩 토론을 했다.게이츠와 얼마나 친하냐고 묻자 "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난 평범하다"고 응수했다.

MS는 최근 새로운 원격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한국시장에 내놨다. 인터넷으로 문서수정까지 함께 할수 있는 '라이브 미팅'이 그것이다. 굽타 부사장은 지난 8일 이와 관련한 제품설명회에 참석하려고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이메일.메신저와 유.무선 전화를 통합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대학교수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입니다. 시공을 초월한 의사소통이 내 기술개발 노력의 궁극 목표예요."

의사소통 기술이 너무 발전하면 되레 현대인을 일에 치이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한번 비틀어 봤다. "어떤 기술이든 양면이 있죠.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연결된다는 건 성가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주부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직장회의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굉장하지 않나요."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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